"해외골프에 모델과 잠자리" 정신차리니 도박빚만 수억원

중앙일보

입력

"해외 골프여행을 시켜주겠다"며 부유층을 외국으로 데려가 도박빚을 지게 한 뒤 협박해 수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노컷뉴스가 보도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3월 말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만난 전 프로골퍼 B씨 등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카자흐스탄에 골프 투어를 가면 최고급 숙소와 함께 현지의 여자 모델들과의 잠자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들의 말을 믿은 A씨는 지난 4월 6일 이들과 함께 카자흐스탄에 갔지만 첫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도착해 보니 최고급 시설은 커녕 열악한 골프장 시설 뿐이었고 골프도 별로 치지 못했다.

B씨 등은 "미안하다"며 "술을 사겠다"고 했고 카지노로 A씨를 데려갔다.

일당들이 안내한 카지노 도박장에서 A씨는 이들이 건네준 음료수를 마셨다.

A씨가 정신이 어지러운 상태에서 5, 6시간 도박을 하고 나니 순식간에 도박빚이 4억 6천만원으로 불어났고 C씨 등은 돈을 갚으라고 협박했다.

이들은 "카지노 사람들은 러시아 마피아와 연결돼 있어 위험하다. 여기는 한국 사람을 노리는 갱단이나 강도가 많아 사람 한명쯤 없어져도 아무도 모른다"고 A씨를 압박했다.

여권도 이미 빼앗긴 상태였기 때문에 A씨는 어쩔 수 없이 이들에게 차용증을 써 줄 수밖에 없었다.

이틀 뒤 A 씨는 국내 가족들을 통해 4억 6천을 폰뱅킹으로 입금하고서야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A씨는 그나마 2억 2800만원은 국내에 있는 동생에게 수표로 입금을 부탁했고 귀국 후 곧바로 부도 처리한 덕분에 A씨는 2억 3200만원의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이 같은 혐의로 B씨와 카자흐스탄 현지 동업자 C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한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 등은 지난 4월 중순 똑같은 수법으로 52살 D씨를 상대로 8억원을 뜯어내려다 D 씨가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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