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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 보고펀드에 '투자전 수수료 지급' 논란

중앙일보

입력

변양호 재정경제부 전 금융정책국장이 대표로 있는 보고펀드의 투자실적이 별로 없는데도 금융회사들이 높은 운용수수료를 지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투자가 이뤄지기도 전에 수수료를 주는 건 비상식적이란 지적인데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업계에서는 투자활동을 위해 계약과 동시에 수수료를 수수하는 것은 업계에 보편화된 관행이며, 변 대표의 구속이란 특수상황을 이유로 비난할 사안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키맨'(key man)인 변 대표의 급작스러운 구속.기소로 펀드의 앞날이 불투명해졌지만 투자자들이 처음에 활동계획과 위험을 숙지하고 기꺼이 지출하기로 한 것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열린우리당 서혜석 의원은 19일 "보고펀드는 투자실적이 전혀 없는데도 약정액을 기준으로 운용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대가성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현재 금융회사가 출자한 금감원 등록 16개 PEF 가운데 9개사가 투자액을 기준으로 운용수수료를 지급하고 보고펀드를 포함, 7개 PEF는 약정액을 기준으로 지급한다.

서 의원은 "8월 말 현재 13개 금융회사는 보고펀드에 약정 출자금의 15.7%인 767억5500만원을 출자했으며, 연간 69억4500만원을 운용수수료로 지급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출자액을 기준으로 했다면 6분의1 수준인 12억원 정도만 지급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또 신한은행 외환은행 대한생명 등 보고펀드 출자자들 면면이 변 대표가 금정국장 재직시절 M&A를 추진한 회사라는 점을 들어 대가성 로비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외환은행과 관련, 서 의원은 "대주주가 매각준비에 돌입한 지난해 8월 외환은행이 보고펀드에 400억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하면서 대주주가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미실행 약정출자금이 자동소멸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PEF의 경우 이익을 회수하는 데 3 ̄4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중간에 해지될 가능성이 높은 투자약정을 체결한 것이다. 서 의원은 "현재 외환은행은 1년에 7억원씩 보고펀드에 수수료를 지급한다"면서 "외환은행이 매각을 주도했던 변 대표에게 준 대가성 수수료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관련 출자회사와 PEF업계에선 수수료 지급관행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키맨'인 변 대표의 구속.기소란 돌발사건 때문에 예기치 않게 사업 차질이 빚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보고펀드가 하는 일 없이 앉아서 돈 버는 것 같은 모양새가 연출됐지만 그렇다고 '투자가 이뤄지기 전'이란 이유로 수수료 부당성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대표가 최종 사법처리될 경우 보고펀드가 와해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한 사업실패문제는 별개라는 주장이다.

PEF에 정통한 전문가는 "PEF는 투자계약과 동시에 수익성 있는 투자사업을 발굴하고 계약.관리하는 일에 착수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과 함께 관리수수료(매니지먼트피)를 받는 것은 보편적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EF가 사업기회를 찾고,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는 대체로 3~4년 이후"라며 "출범이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부실투자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관련 출자회사들도 처음부터 고수익을 바라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꺼이 보고펀드에 수수료를 내고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투자 이후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보고펀드에 책임을 물을 입장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보고펀드는 관리수수료로 초기 4년간 계약금의 약 1.7%, 이후엔 펀드가 해산할 때까지 투자금의 1%를 투자회사로부터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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