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장관 고향은 선학인가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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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전문가 등 관광객들이 마을 한복판에 있는 광주 반씨 돌족보 앞에서 주민의 설명을 듣고 있다. 원내는 돌족보 내용 중 반기문 장관. 음성=김성태 프리랜서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행치마을에 전국의 풍수전문가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세계적인 인물을 배출한 반 장관의 생가와 선영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18일 반 장관의 고향 마을 입구엔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축하하는 플래카드 1개가 걸려 있었고 주민들의 모습은 차분했다. 그러나 풍수전문가 등 외지인 20여 명은 마을의 지기(地氣) 등을 살피느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이들은 반 장관의 선영.생가 등에서 사진을 찍고, 해발 500여m의 마을 뒷산에 올라 망원경으로 마을 전체 모습을 관찰하기도 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광주 반씨 장절공 행치파의 대형 돌족보(가로 7m, 세로 3.5m) 앞에는 관광객 10여 명이 주민의 설명을 들으며 반 장관의 이름을 찾아 보기도 했다.

◆ 줄 잇는 풍수전문가=광주 반씨 집성촌으로 20여 가구 30여 명의 주민이 사는 반 장관의 고향에 풍수전문가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4차 예비투표에서 단독 안보리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4일부터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풍수전문가라며 반 장관의 생가와 선영 위치를 묻는 외지인 2~3명이 다녀간 다음날부터 하루에 10명 이상씩, 현재까지 200여 명이 찾아왔다. 사무총장이 확정된 14일부터는 풍수전문가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줄을 잇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을 1000명 정도로 추정했다.

반 장관과 6촌 간인 반기종(67)씨는 "서울의 모 대학 총장도 다녀갔다"며 "타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마을에 외지인들이 몰리자 바빠진 것은 주민들이다. 생가.선영 등을 묻는 외지인들에게 주민들이 일일이 안내를 하는 등 대응을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대 김창희(정치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인물이 된 반 장관의 뿌리와 자라난 환경 등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 풍수로 본 반 장관의 고향은=풍수전문가들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뒷산에서 강한 힘이 느껴지면서도 마을 전체는 온화한 느낌을 준다"며 "이는 반 장관의 이미지와도 닮았다"고 말했다.

전주 우석대에서 풍수지리학을 가르치는 김두규(국제레저컨벤션학과) 교수는 반 장관의 생가.선영에 대해 선학인가형(仙鶴引駕形.고아한 학이 수레를 끄는 형국)으로 표현했다. 그는 이 뜻을 "고상하고 우아한 학이 수레(백성 등 전 세계인을 태운)를 끌고 공동체의 선을 향해 비상하는 형국"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3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조덕산이 반 장관의 생가를 좌우에서 감싸는 가운데 오른쪽 봉우리가 강한 기운을 갖고 있어 반 장관이 고향에서보다는 타향에서 인정과 지지를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세 살 때 고향을 떠나 충주에서 중.고교를 졸업했다.

음성=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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