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 미국 ABC방송 불러놓고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 ABC방송 다이앤 소여 기자(오른쪽)가 18일 평양 시내에서 한 여대생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BC방송 웹사이트=연합뉴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 19일로 열흘이 지났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침 평양에 들어가 있는 미국 ABC방송 취재진이 현지 모습을 19일 전 세계에 알렸다.

찰스 라스티그 국장을 단장으로 한 ABC 취재단은 17일 평양에 도착한 뒤 거리 곳곳에서 여러 주민을 인터뷰했다. 한 여성은 ABC의 인기 앵커인 다이앤 소여의 손을 꼭 붙잡고 미국을 강력히 비난한 뒤 "우리의 힘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마라"고 말했다. 한 노인은 "우리의 핵실험은 절대적으로 유용한 것"이라며 "미국이 전 세계에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적절한 시기에 미국에 압력을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대생 한 명은 "미국은 우리에게 식량난과 경제난을 가져다준 가장 나쁜 적국"이라며 "당신들은 우리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우리를 해치려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는 미국의 돈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여가 만난 다른 주민들도 한결같이 미국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나타냈다.

소여는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았던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도 인터뷰했다. 이 국장은 "우리가 추가 핵실험을 하더라도 미국은 놀랄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이미 한국과 일본 등 주변에 너무나 많은 핵무기고를 접하고 있으며 그들은 늘 새로운 훈련을 거듭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이어 "우리는 이미 지난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으며, 이번에 핵무기를 갖고 있음을 평화적으로 보여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미 주요 언론사를 평양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입장을 선전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해 왔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CNN 취재단을 불러들였다.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은 "매우 반향이 좋았다"며 "앞으로도 이런 전략을 적극 사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ABC방송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북.미 관계가 위험수위를 넘나들던 지난해 6월에도 평양을 방문해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인터뷰했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