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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모차르트 '레퀴엠' 들고 첫 내한 아르농쿠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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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8일 오후 3시 오스트리아 빈 피아리스텐가세 38번지. 연주복과 가방을 든 노신사가 아파트 문을 열고 나왔다.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77)다. 그는 빈 음악원 시절 실내악 클래스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출신 부인 알리스(76)와 함께 상트 푈텐 축제극장으로 가는 길이었다(잘츠부르크 근교에 살고 있는 그는 빈에 연주가 있을 때는 둘째 아들 집에 묵는다). 올해 시즌 처음 연주하는'레퀴엠'을 지휘하기 위해서다. 기자와의 인터뷰도 상트 푈텐 가는 승용차 안에서 했다(그는 웬만해서는 언론 인터뷰를 기피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첫 한국 공연을 앞두고 기꺼이 시간을 냈다). 앞자리엔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의 창립 단원인 그의 부인이 함께 탔다.

그는 올해 세계 음악계를 휩쓸고 있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축제 분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모차르트의 생일(1월 27일)에 모차르트의 후기 교향곡 3곡을 연주했고 기일(12월 5일)엔 '레퀴엠'을 지휘한다. '레퀴엠'은 한양대음악연구소(소장 강해근)초청으로 내달 서울 무대에서 선보일 작품이다. 아르농쿠르의 첫 내한 공연이다.

-모차르트 생일 때 모차르트 교향곡 39, 40, 41번을 한꺼번에 연주한 특별한 이유는

"1991년 모차르트 서거 200주기 때도 잘츠부르크에서 연주했다. 지휘자 칼 뵘(1894~1981)이 모차르트 탄생 200주년(1956년)때 연속 연주한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매우 극적인 작품들이다. 말하자면'가사가 없는 오페라'다. 교향곡 제41번에는 앞의 두 작품에 등장하는 주제가 다시 다타난다."

-지휘대와 지휘봉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처음엔 첼로나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하면서 지휘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한 지휘봉은 쓰지 않는다. 칼 뵘, 카라얀, 푸르트벵글러와 함께 연주하면서 어깨 너머로 지휘를 배웠다. "

-창단 당시 얘기를 들려달라.

"그때는 고악기가 비쌌고 좋은 연주자 구하기도 힘들었다. 아내와 함께 6명이 매일 3시간씩 연습했다. 4년 후에야 작은 성당에서 창단 공연을 했다. 포스터 붙이는 일까지 직접 했다. 연장 공연을 했는데도 대관료와 의자 대여료 내고 나니 한푼도 없었다. 악기 사느라 아이들에게 감자와 샐러드만 먹인 게 미안하다. 1년 후 빈 콘체르트하우스가 초청공연을 주최하면서부터 유명해졌다. "

-'콘첸투스'는 무슨 뜻인가.

"로마시대에 원형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치는 박수에서 나온 말이다. '함께 내는 큰 소리'라는 뜻이다."

-모차르트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모차르트는 바흐에 버금가는 위대한 작곡가다. 연주할수록 새로운 영감이 샘솟는다. 그는 우리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하고 하늘을 우러러보게 한다. 그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음악사의 방향이 크게 바뀌어 있었을 것이다. '레퀴엠'에서 그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공연메모=11월 25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레퀴엠''주일의 저녁기도',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 아놀트 쇤베르크 합창단, 지휘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소프라노 율리아 클라이터, 알토 베르나르다 핑크, 테너 베르너 귀라, 베이스 루벤 드롤. 02-2220-1512.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오스트리아의 첼리스트 겸 지휘자. 베를린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자랐다. 1952~69년 빈 심포니 첼로 단원을 지냈으며 53년 고음악 앙상블'빈 콘첸투스 무지쿠스'를 창단했다. 90년 바흐 칸타타 전곡음반을 발표했다. 30년 걸려 완성한, 남성 성악가들만으로 녹음한 최초의 음반이다. 요즘엔 브람스.브루크너 등 낭만주의 음악을 새로운 해석으로 지휘해낸다.

빈.상트푈텐(오스트리아)=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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