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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충·열·예의 고장…호남제일 관광도시|남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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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예부 터 충·효·열·예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남원시는 동남쪽으로 해발 l천m가 넘는 지리산 등 소백산맥의 준 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 덕분에 호남 제일의 관광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전주에서 구 도로를 따라 남원시내로 들어가는 길목 향 교리 왕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만인의 총」과「충렬호」는 정유재난(1597)때 왜병과 싸우다 순국한 l만여 군·관·민이 한데 묻힌 무덤과 사당으로 충의 결정판이다.
또 불멸의 고전소설로 전 세계에 번역, 소개되고 있는「춘향전」의 주인공 춘향은 열의 상징이며 빼어난 목소리로 이름을 떨친 이화중선이나 전국 명창·명기를 규합, 국립극단의 전신「협률사」를 꾸민 김억득이 모두 이곳 출신으로 예의 본고장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81년 7월1일 시로 승격된 후 83년2월 남원군 주천면 어현·신천리의 편입으로 늘어난 인구가 7년째 6만2천명 선에 묶여 있는 등 제자리걸음을 못 면하고 있는 실정.
이에 남원시를 전국 제일의 관광도시로 발전시키고 판소리 본고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운동이 민간단체 중심으로 일기 시작, 시민들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받아 범시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남원지역 기관·단체는 줄잡아 1백20여 개나 되는데 이중 15개 정도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그중에서도「춘향문화선양 회」는 60년 동안 한해도 끊이지 않고 치러 온 춘향제를 86년 남원시로부터 넘겨받아 치르고 있는 사단법인.
31년 전국 지방 기녀들이 제관이 되어 제사를 올리면서 시작된 춘향제는 3년간은 이도령과 성춘향이 처음 만났던 단오 날로 잡았다가 34년부터 춘향의 생일인 음력 4월초파일로 변경,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81년 남원 읍의 시 승격과 함께 행사를 물려받은 남원시는 85년까지 개최하다가 선양 회에 넘겨주었다.
특히 올해에는 광한루 원 잔디밭에 대지고기와 막걸리를 푸짐하게 차려 놓고 시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져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춘향 골 한마당」을 펼쳐 한껏 흥을 돋웠다.
선양 회 김상곤 회장(53)은「그동안 치러진 춘향제가 행사에만 치중해 시민들이 잔치마당의 주인노릇을 못하고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하고『앞으로는 주민 모두가 거리로 뛰쳐나와 잔치마당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악 본고장 남원지역 국악발전을 위해 85년에 설립한 단체인 진학장학회(회장 박재윤·72·시립국악원장)는 전국 12개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주고 있는데 시립국악원의 국립승격을 추진, 이제 실현단계에 있다.
남원지방 국악은 신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녔다.
동편제 판소리 창시자 송흥록을 비롯, 인간문화재 제5호인 박초월과 지금도 후진양성에 여념이 없는 무형문화재 제5호 강도근씨(73) 등 숱한 명창과 인간문화재가 배출됐다.
『92년까지 서울 서초동에 이어 전국에선 두 번째, 지방에서는 첫 번째가 될 국립국악원이 남원에 세워질 것입니다.』장학위원 이상호씨(40·남원 남령 학원 이사장)는 그동안 약간의 논란이 있었으나 시립국악원의 국립승격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예 총 남원지부(지부장 윤영근·51)는 누가 뭐라 해도 남원지역 예술발전의 핵심체임에 틀림없다.
지부산하에 있는 문인협회(협회장·박종수)·국악협회(박병원)·사진작가협회(유광수)·미술협회(정형수)·연예인협회(이남희)·음악협회(김병순)·연극협회(배수연)등 7개 단체의 지역문화 창달을 위한 활발한 작품활동이 이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이 주관하는 중요 행사만 해도 전국 춘향미술대전·전국 사진촬영대회·춘향제백일장·청소년문제 워크숍·남원예술제·전국 사진공모전 등을 들 수 있고 여름 단합대회 송 연의 밤 행사까지 개최하며 매년 한 번씩『남원 예총』을 발간하고 있다. 이밖에 문인협회는 매달 시민회관에서 시 낭송 회를 갖고 연극협회는 1년에 세 차례 이상 발표회를 갖는 등 협회마다 활동이 다채롭다.
『아쉬운 것을 든다면 남원에 문화공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윤 지부장은 예술인들과 각계에서 예술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비가 30억 원이나 소요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시에서 현안사업으로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남원문화원(원장 노상준·55)도 지역사회 교육사업으로 해마다 졸업을 앞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문화강좌를 실시하고 여름방학을 이용해 향토학교를 개설, 운영한다.
애향운동사업으로 여름과 겨울 두 차례 문화재 및 유적지 순례·답사를 실시하며 경로 효친의 미덕을 후손에 심어 주기 위해 각종 자료를 발굴하고 효행 자를 표창하며 수범사례집을 발간, 보급하고 있다.
이밖에 고유 민속예술의 발굴 전승을 위해 만복사지 탑돌이와 교룡 산성 밟기도 실시하고 있다.
남원향교(전교 오재승·68)도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태어난 고장의 전통을 가르치고 조상과 부모·형제, 이웃들을 대하는 예절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한문교육을 위해 일요학교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남원라이온스클럽(회장 허시욱), 남원로터리클럽(윤재엽), 중앙로터리클럽(김영근), 용성 로터리클럽(박영태), 남원청년회의소(강영식)등도 지역사회발전과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회단체들이다.
장윤상 시장은「민간단체들의 활발한 활동이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남원을 쾌적한 관광문화도시로 발전시키는데 전 행정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글=모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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