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이라도 끝까지 읽게"|여름방학 자녀독서지도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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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즐거운 여름방학.
그러나 더운 날씨 탓으로 자칫 산만하고 나태해져 자신을 알차게 성숙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은 이에『차분한 마음으로 꿈과 교양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독서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학교공부 부담 등으로 인해 독서와 담을 쌓고 지내 온 학생들은 30여일 간의 긴 방학을 이용, 체계적인 독서계획을 세워 좋은 책들을 한 권·두 권 읽어 나가다 보면 독서의 즐거움에 눈을 뜨게 되고 어느새 독서습관이 몸에 배게 된다.
특히 학부모들도 자녀들에게 교과서·참고서를 달달 외는「작은 공부」에서 조금 눈을 돌려 교양서적을 두루 접하도록 하는「큰 공부」에도 적극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독서실태=국민학생의 경우와는 달리 중-고교생들은 독서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난해 서울 YMCA조사결과로 나타난 바 있다.
YMCA가 서울지역 중-고교생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달 평균 독서 량은「1∼2권」이 가장 많았고 (41.4%),「거의 읽지 않는다」도 23.0%나 됐다.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이유로는「학교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46.2%),「TV가 더 재미있어서」(29.1%),「독서환경이 갖춰지지 않아서」(10.9%)등이었다.
◇독서의 중요성=교육관계자들은 독서의 역할에 대해 ▲직접 체험이 불가능한 세계에 대한 간접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며▲가치관·세계관을 정립시켜 내면의 사고를 깊이 있게 하고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며 ▲즐겁고 여유 있는 생활을 가능케 한다는 등의 이점을 들고 있다.
『특히 청소년시기에 읽는 한 권의 책이 성인이 된 후 읽는 열 권의 책보다 중요한 것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기억력과 상상력이 왕성해 그 영향이 일생을 두고 미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독서를 많이 하면 독해력과 문장력이 길러지는 데다 교과내용과도 직·간접으로 연 관이 되기 때문에 학교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독서지도=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무턱대고 책을 읽으라고 재촉할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부모가 먼저 독서하는 모범을 보이면서 어린이를 집 근처 도서관에 데리고 간다든지, 청소년의 경우 책을 사다 주며『이러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어 참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권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좋다.
단지 책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연령과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것을 읽도록 하면 오히려「독서는 괴롭고 지루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게 되므로 피하도록 한다.
서울사대부고 한연수 교사는『개인에 따라 제각기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국민학교 때는 동화책·공상과학 및 탐험소설·위인전을, 중학교 때는 국내외 문학전집·전쟁소설·과학계통 서적·단편소설·고전,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역사물·철학 및 사회과학 물·수필·국내외 문학전집이 무난하리라 본다』는 도움말을 내놓는다.
서울대림여중 배기성 교감은 양서의 선택기준을 ▲오랜 세월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읽고 추천하는 책 ▲전문가들을 위한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을 독자로 삼고 쓴 것 ▲특정 시대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나 읽을 수 있도록 쓰여진 책 ▲뜻의 이해와 표현의 멋을 경험할 수 있도록 된 내용의 서적 ▲가장 중요하면서도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다룬 책 등을 꼽았다.
서울시립 어린이도서관 박종량 관장은『편식이 나쁜 것처럼 독서 역시 편중되면 좋지 않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책을 읽도록 하되 한번 손에 든 책은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읽도록 하고, 읽은 후에는 독후감을 쓰거나 감상을 얘기해 보는 등「사후 정리과정」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독서도 일종의 습관이므로 독서교육도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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