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천6백만가지 색깔로 오묘한 영상 창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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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1세기의 언어」로 불리는 컴퓨터그래픽은 다재 다능하다.
독특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광고와 환상적인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낸다. 기계·전자제품외 설계도 해낸다. 책도 자동으로 편집하며, 일기예보도 지도 위에 연필로 기압골을 그리는 대신 인공위성에서 찍은 구름사진이 일기도상에 투영된다.
1천6백만 종의 색깔을 낼 수 있으며 평면적인 2차원 영상은 물론 입체적인 3차원 영상도 만들어낸다.
붓과 물감 대신 전자펜과 컴퓨터로 이 같은 일을 해내는 이가 바로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다.
『전체 시장 중 60%이상이 방송입니다. 앞으로 민방설립 등 채널이 다양해지면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컴퓨터그래픽 인문 6년여만에 (주)비손덱이란 전문회사를 만들어 독립한 서석균씨(33).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이 회사의 전무에 기술 및 생산본부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재능 면에선 상당히 우수한 편입니다. 컴퓨터기술 등의 낙후로 인해 아직까진 미국·일본보다 처져 있지만 부지런히 노력하면 몇년 안에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서씨가 컴퓨터그래픽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83년 KBS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곧바로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대비한 기술연구소의 컴퓨터 그래픽 팀에 배치됐다.
엔지니어 출신이란 기본바탕 위에 그래픽을 얹은 그의 솜씨는 두 국제행사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스포츠중계의 경우 스코어에서부터 타이틀·국기 등 움직이는 선수와 관중들의 영상을 제외한 대부분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이뤄졌다.
89년7월 그는 KBS를 나와 기혼컴퓨터그래픽스란 개인사업체를 차렸다. 지난4월에는 고향선배와 함께 자본금 2억5천만원으로 주식회사형태인 현재의 비손텍으로 발전시켰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은 20여편으로 광고필름과 방송타이틀이 대부분이다. KBS-TV가 프로야구 중계를 하기 전에 내보내는 프로야구타이틀, 주차장같이 차량이 꽉 막힌 거리에서 음료를 마시자 온몸에 퍼져나가는 게토레이 광고, 국민은행 PR광고 등이 그가 꼽는 대표작.
『1초짜리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선을 긋기 시작하는 모델링부터 완성품을 끌어내기까지는 하루가 걸립니다. 한 작품을 평균 10초짜리로 볼 때 열흘정도는 머리를 짜내야 하는 셈이지요.』
이 같은 작품들은 국내 컴퓨터 그래픽시장에서 비교적 쉬운 것이 초당 1백만원선, 어려운 편의 작품은 초당 3백만원선을 받게 된다고. 비손텍은 올해 매출목표를 10억원으로 잡고 있다.
컴퓨터그래픽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끊임없는 아이디어의 싸움이다.
『차를 몰고 가면서도 골똘히 생각하다가 사고를 낼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컴퓨터그래픽이 유망직종으로 떠오르자 요즘 시중컴퓨터학원에선 그래픽강좌를 개설, 가르치고 있다.<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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