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교통비 절감·환경개선 '일석이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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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남부 쿠리치바(Curitiba).
인구 170만명으로 대전시(150만명)보다 약간 큰 이 도시는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버스중앙차로제를 비롯한 대중교통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잘 갖춰져 있어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따라 배우기(벤치마킹)한 대표적 도시다.

특히 쿠리치바는 도로에 비해 건설비가 훨씬 많이 드는 지하철을 만들지 않고도 대중교통난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서울시도 2003년 1월 당시 이명박 시장이 이 도시를 방문, 카시오 다니구치 시장과 교류 협정을 맺고 버스중앙차로제를 도입했다.

쿠리치바도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 등 브라질의 다른 대도시들처럼 한때 지하철 건설을 검토했다. 하지만 막대한 건설비를 감당하지 못해 고심하던 중 1971년 건축가 출신인 31세의 젊은 레르너 시장이 부임, 지하철 건설론자들의 거센 반발을 물리치고 74년부터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버스 승객수는 20년만에 50배(130만명)로 늘었다. 이에 따라 이 도시는 시민들의 승용차 보유율이 33%(3명 중 1대꼴)로 브라질 9대도시 중 두 번째로 높은 데도 1인당 휘발유 소비량은 다른 8개 도시보다 30%정도 낮다.

결국 시민들의 교통비가 절감되고, 환경오염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얘기다.

쿠리치바 시내 대부분의 도로에서는 기본적으로 버스가 중앙, 기타 차량은 바깥쪽을 달린다. 총연장 460㎞의 도로에 2~3칸 짜리 대형 굴절버스가 30초(러시아워)~1분(평상시) 간격으로 운행한다.

지름 3m, 길이 10m쯤 되는 원통형 정류장에 버스가 정확하게 다가와 서기 때문에 마치 '지상의 지하철'처럼 보인다.

버스는 빨간색(급행)·회색(준급행)·노란색(시내 중심가 순환)등 여섯 가지로 구분돼 승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타면 된다. 1.1헤알(약 450원)만 내면 행선지에 도착할 때까지 몇 번이고 갈아탈 수 있는 단일요금 체계다.

기자가 2001년 브라질 방문 당시 만났던 베토 리차 쿠리치바 부시장(35)은 "지하철 건설비의 1% 남짓한 비용(㎞당 100만달러 정도)으로 운행되는 버스가 수송분담률은 75%에 달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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