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동생산성 큰폭 뒷걸음(해외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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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들어 2.7% 하락… 서비스부문 저조영향/임금은 무려 4.5% 올라 미 경제에 “적신호”
미국 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올들어 크게 낮아지는 바람에 미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에도 연평균 노동생산성 상승률이 고작 1%에도 못미치는 낮은 수준이었는데 올들어서는 그나마 상승은커녕 뚝떨어졌다는 것.
많은 경제전문가들도 노동생산성 변화가 경제활력의 가장 정확한 척도임을 들며 올하반기에 다소 나아진다 하더라도 아주 느린 회복세에 머물것이라며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1ㆍ4분기중 농업부문을 제외한 제조업ㆍ광업ㆍ건설업 등 전반적인 산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무려 2.7%나 떨어졌다.
이같은 노동생산성 저하는 지난 81,82년 불경기 초기때 나타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란 점에서 더욱 큰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또 특히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동안 4.9%의 상승률을 보였는데도 서비스업부문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제조업부문의 상승률을 상쇄하고도 모자라 오히려 전체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나타냈다는 것.
미국내의 서비스업은 농업부문을 뺀 전체산업 취업인구에서 77%의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국민총생산 규모로는 47%밖에 안돼 생산성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물론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산업의 노동생산성 저하가 그다지 심각한 지경은 아니라고 반격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미국산업의 대종인 서비스업이 그 속성상 기본적으로 계량하기 어려운 것이라서 노동생산성 집계가 실제보다 상당히 축소된 수치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투자에 상응하는 생산성 증가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노동생산성 저하는 기업 확장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 아울러 아직까지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동생산성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89년의 종업원 1인당 산출액은 미국을 1백으로 할때 캐나다 94,서독 82,일본 72.7,한국은 39.8에 불과하다. 또 용접과 같은 비교적 어려운 작업을 로봇에 맡기는등 개별기업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함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연준의 한 분석에 따르면 최근 7년간 미산업의 생산성은 연 0.6% 성장에 머무른 반면 일본 2.8%,프랑스 2.4%,서독은 2%를 각각 기록했다. 또 민간고정투자는 미국이 연간 GNP(국민총생산)의 15%선에 그치고 있지만 일본 25%,서독은 20%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생산성은 더이상 상향곡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뚜렷하다.
또 단위생산량에 대한 임금수준은 이미 지난해 4.5%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88년 2.7%,87 2.6%) 올해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이 미국경제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는 것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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