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野성향 재벌 전격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유코스'의 사장이자 러시아 최고 갑부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40)가 지난 25일 검찰에 전격 구속됐다.

검찰은 그에 대해 횡령.조세포탈.사문서 위조 등 모두 7개항의 혐의를 제기했으나 유코스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호도르코프스키 사장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모든 혐의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그동안 '야블로코''우파연합' 등 진보적 성향의 야당은 물론 공산당에까지 정치자금을 지원해 크렘린 측과 갈등을 빚어 왔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사법처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 세력을 지원하는 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코스의 알렉산데르 샤드린 대변인은 이날 이른 시간 호도르코프스키 사장이 탑승한 항공기가 중간급유를 위해 노보시비르스크 공항에 착륙한 후 여러 대의 트럭이 항공기를 포위했으며 위장복과 검정색 군복을 착용한 특수요원들이 항공기에 올라타 호도르코프스키 사장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당시 특수요원들은 "우리는 연방보안국(FSB) 소속이다.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발포하겠다"고 외쳤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호도르코프스키 사장 구속으로 오는 11월 완료 예정인 유코스와 또 다른 석유사'시브네프티'와의 합병절차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양사는 합병할 경우 세계 4대 석유메이저로 부상한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