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끝난 「20개월 분규」/세종대 사태… 강경대응 있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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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치력 「체면」걸린 극약 처방/불씨 안남게 근본대책 마련 절실
세종대가 수업정상화 시한인 10일까지 수강률 50%이상의 정상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됨에 다라 세종대 사태는 시위를 떠난 화살이 돼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재학생 무더기 유급과 91학년도 신입생 모집중지,주영하이사장 퇴진 등 이사진 개편,재단에 대한 전면감사등만이 남게됐다.
88년 11월부터 20여개월동안 계속된 세종대 분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정부의 공권력과 통치력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 극약처방인 이같은 강경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종대 사태가 시간을 끌면서 학생과 재단측간의 단순한 대결이 아닌 정부와 학생운동권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모,정부로서도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아래 단호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대책으로 정부는 「체면」을 세웠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인 후유증과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들만이 몽땅 뒤집어쓰게 됐다.
또 주무부서인 문교부는 지난해 전교조사태에 이어 「세종대사태」라는 난제를 큰 부담으로 안게됐다.
이같은 선별유급등의 조치는 지난달 25일 임시휴업해제,같은달 29일 수업일수 2주 단축허용때 문교부가 『개방후에 수업이 이뤄지지 못하게 되면 모든 학생이 유급되고 91학년도 신입생 선발을 할 수 없다』고 밝힌 경고를 현실화하면서 선의의 학생은 보호해야 한다는 교육적 판단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사태를 초래할 때까지 문교당국이 세종대 분규에 최선을 다했느냐 하는 데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다. 88년 11월 89학년도 원서접수를 사흘 남겨두고 다급한 나머지 학생들의 총장선출 간여와 대학발전위 구성등 16개항에 합의한 학교ㆍ재단측에는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합의결과에 따라 학생들이 총장선출에 간여하게 되자 총장승인 보류라는 교육법조항 적용에만 충실했던 감독관청으로서의 자세가 적절한 것이었나하는 의문이다. 결국 재단의 문제를 방치한 결과가 엄청난 후유증과 함께 다시 재단개편의 원점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또 4월15일 학생들이 교수협의회가 선출된 총장인정을 요구하며 수업거부를 결의하자 학교측이 임시휴업으로 맞섰을 때도 수강률이 80%가 넘는데도 이를 허용해준 것이 사태확산을 불러왔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후 문교부는 수업정상화 시한을 네차례나 연기해 학생들에게 『채찍과 당근이 아니냐』는 인식을 심어줬을 뿐만 아니라,실제로 문교부 내부에서도 『이 정도의 강경 경고면 사태가 진정되지 않겠느냐』는 안이한 분위기가 팽배해왔었다.
어쨌든 이번 조치이후 사태가 악화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게될 당사자는 임시휴업이후 착실히 수업을 받아 평균수강률 13%에 해당하는 5백여명의 학생들이다. 이들은 무용과ㆍ체육과 등 17개 학과 학생들로,최악의 사태로 휴교령이 내려지면 나머지 수업 일수를 채울 수 없게 돼 자동유급이 될 운명이다. 문교부는 바로 이 점을 들어 10일 오후 문교부내 대책회의에서 선별구제 방침을 거듭 확인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문교부 관계자는 개인별ㆍ강좌별ㆍ교수별 수강확인작업만으로는 선별구제대상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왔다.
대학수업은 1주일 한시간씩 16주 수업을 받아야만 1학점을 인정받는 특수성 때문에 유급시한을 무 자르듯이 결정할 수 없어 최종적인 구제대상과 유급학생은 주말쯤 확정될 전망이다.
문교부의 선별구제 의사에도 불구하고 관계장관대책회의에서 전원유급의견이 강력하게 대두된 데는 10일 아침 정원식장관이 세종대를 방문했을때 보인 학생들의 난폭한 행동이 기폭제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교부 한 관계자는 장관이 봉변을 당한 직후 『학교방문을 건의하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라며 판단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앞으로 문교부와 경찰등 관계당국은 선의의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받지 않도록 면학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농성주도ㆍ동조학생을 격리시키면서 일반 학생들을 강의실로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
특히 세종대 재단인 대양학원 이사진을 개편하고 감사를 실시해 학생들로부터 그동안 받아온 불신의 원인을 말끔히 제거해야만 2학기 들어서도 학사운영이 제대로 될지 말지다.
무엇보다도 문교부등 정부당국은 대학분규시 자체 해결 능력에만 맡기지 말고 과감하게 개입해 수술을 해야만 초유의 유급사태라는 불상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하겠다.
학생운동권 또한 학업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학교ㆍ문교당국과 대결한 결과가 어떠한 것인지를 냉철하게 분석해 이 점을 앞으로의 활동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도성진기자>
◎이중화 총장의 “지금 심정”/“선의의 학생 피해 줄이는 데 노력”
학생들의 대량유급사태를 눈앞에 둔 세종대 이중화총장(58)은 『문교부의 대량유급 방침이 정해진 현 상황에서도 수업을 받으려는 선의의 학생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총장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업정상화ㆍ학생설득을 통해 유급자수를 최소화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0일 밤 열린 당정회의 결과를 통보받았는가.
▲통보된 사항이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회의에서 유급기준이 정해졌다면 그에 따라야 할 것이다.
­10일 저녁 정원식문교부장관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이번 주말까지 학생들의 수업참여 상황을 지켜보고 유급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학교측 입장을 주장했으나 정장관은 10일 학내사태로 보아 수업정상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유급사태가 불가피함을 밝혔다.
­휴교령 사태까지 예상되는가.
▲선의의 학생은 구제한다는 방침이므로 휴교령은 없을 것으로 본다.
­11일 오전 열린 긴급전체교수회의의 분위기와 내용은.
▲정부당국이 대량유급을 결정한 상태여서 모두 침통한 분위기였으며 피해학생을 최소화하도록 교수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학생들의 유급여부는 어떻게 가려지나.
▲아직 구체적 방안은 서있지 않으나 문교부의 세부지침에 따라 선발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대량유급사태가 빚어지면 학교측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
▲우선 학교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는 것은 물론 유급학생들이 또다시 등록금납부거부등 집단 움직임을 보일 것이 우려돼 학교재정에도 크게 타격을 받게됐다.
­학생들의 총장직선요구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재단과 학부모ㆍ학생 등이 함께 참여해 해결방안을 마련하도록 힘쓰겠다.
­오늘의 사태를 맞는 심경은.
▲온 국민과 학부모들에게 대량유급사태를 막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사태의 후유증을 하루속히 수습하도록 전교직원이 힘을 쏟겠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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