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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 교육에 공산권 변혁도 수용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우리와 같은 분단 국가였던 독일이 사실상 통일의 길로 접어드는 등 세계는 냉전의 벽을 허물고 평화와 화해를 모색하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국토가 분단 된지 40여년이 흘렀지만 그간의 반공 교육은 급변하는 현대사의 조류를 수용하지 못했다. 우리의 반공 교육은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해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고 대북 경계심과 통일 의지를 균형 있게 조화시키지 못했으며 북한과 공산 국가, 그리고 공산주의 이념의 변화 양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가장 주체적이어야 할 반공 교육이 행정적 타율에 의해 이뤄져 정책 당국이 입안하는 교과 내용을 교직자들은 무비판적으로 가르쳐왔다. 더구나 현충일이나 6·25행사 때 학생들을 동원하고 웅변 대회·글짓기 대회를 열며 표어나 포스터를 그리면 반공 교육이 잘됐다는 식의 사고가 지배적이었다.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좌경 사상에 빠져드는 것도 이러한 교육 여건 때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공산권 국가조차 낡은 이념이 되어버린 마르크스-레닌주의나 북한의 주체 사상을 신봉하는 대자보가 나붙는 것이 오늘의 대학 현실이다. 더구나 김일성에 의해 저질러진 6·25에 대해서도 당시 직접 참전했던 소련·중국까지도 남침을 시인하고 있는데 대학 좌경 운동권 학생들이 북침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정부 수립 후 6·25이전까지는 반공보다는 방공이라는 소극적 표현이 사용됐고 6·25를 겪으면서 반공은 멸공과 북진 통일로 적극적인 시책을 펴게 됐다.
4·19이후 60∼61년이 반공의 기조가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압도당한 시기였다면 5·16혁명과 더불어 반공의 기조는 다시금 적극화되어 공산주의를 이기자는 승공의 개념으로 변했다. 80년대의 반공 교육은 통일 안보 교육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과거의 무조건적 비판을 지양하고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민주적·평화적 방법으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제 아래 국민학교는 사회와 도덕 과목에서 사실과 경험 중심으로, 중·고등학교는 도덕·윤리 과목에서 사고력과 비판력을 길러주는 반공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방법에 있어 교사의 주입식 강의보다는 학생들로 하여금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점을 비교·토론토록 하고 활발한 질문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경험 있는 일선교사들은 말한다.
이제 앞으로의 반공·이념 교육은 이렇듯 극변 하는 세계 정세를 적극 수용하려는 교육계의 전진적 자세가 선행될 때 과거의 일년소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고 본다. 장기섭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5의 148 연희 국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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