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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124시간 묶어둬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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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의 한 사설 정신병원이 알코올 중독 환자를 124시간 동안 묶어 둬 숨지게 한 혐의로 국가인권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고양시 소재 A병원은 지난해 4월 가족에 의해 강제로 입원한 알코올 중독 환자 이모(52)씨가 같은 해 12월 4일 동료와 다투며 난폭한 행동을 보이자 오전 7시30분부터 같은 달 9일 오전 11시30분까지 124시간(5일 4시간) 동안 손목과 발목을 억제대에 묶어 뒀다는 것이다. 이씨는 억제대에서 풀려난 뒤 20분 만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망 원인은 혈전이 심장 폐동맥을 가로막는 폐색전증으로 밝혀졌다. 병원의 이 같은 조치는 "두 시간마다 사지(四肢) 운동을 시키고 대소변을 보게 하며 음료수를 공급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어긴 것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병원은 환자가 6개월에 한 번 퇴원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퇴원 뒤 다시 입원한 것처럼 10여 명의 서류를 조작했고, 환자의 편지를 검열해 진정서의 경우 인권위로 발송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환자 면회 시 직원들을 입회시키고 전화 사용 횟수를 제한하는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일부 환자를 병원 청소에 동원하고 심지어 환자 이송 시 구급차에 동승해 보호사 역할을 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는 정신보건법을 개정해 환자의 신체를 묶어 두는 '강박'에 대해 명확한 법적 근거와 기준을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하고, 관할 보건소장 등 관련 공무원을 경고 조치하라고 고양시장에게 권고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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