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베이징 올림픽 위협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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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체니(사진) 미국 부통령 측근들이 중국 측에 "북핵 사태로 일본이 핵개발에 나설 수 있으며, 북한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북한이 서울 올림픽 직전인 1987년 대한항공(KAL)기를 폭파한 것과 유사한 위해를 중국에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국은 북핵 문제 해법의 희망을 중국에서 찾고 있다. 북한이 필요한 석유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관리들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김정일을 포기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는 북한이 어떻게 핵개발을 추진해 왔고, 미국은 이를 막는 데 어떻게 실패했는지도 조명했다. 특히 미국이 과거 빌 클린턴 정권 때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는 지적도 했다. 다음은 뉴스위크 기사 요약.

◆ 북한 핵개발 어떻게 했나=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신세임에도 14개국에서 핵개발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중국.러시아.프랑스.캐나다.독일.오스트리아.파키스탄.인도.루마니아.이란.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콩고다. 본의 아니게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북한의 핵개발을 도왔다. 74~78년 본부(오스트리아 빈)에 파견된 북한의 최학근 외교관이 IAEA 도서관을 뒤져 핵기술 관련 지식을 수집했다. 러시아 과학자, 중국 기술 기업, 일본 무역상 등도 핵확산 금지정책을 교묘히 피해 주요 기술과 부품, 노하우를 북한에 공급했다.

◆ 김책공대 62학번의 희생=북한의 고급인력들도 큰 대가를 치렀다. 김책공대 62학번의 피해가 가장 컸다. 졸업이 가까워진 시점에 김일성이 원자력 개발 연구소 건설을 지시했고, 졸업생 다수가 이곳에 배치됐다. 여기서 근무할 뻔한 김책공대 출신의 한 탈북자는 "교수들은 핵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연구소에서 일하는 동기 중 몇몇은 (방사능 때문에) 머리가 빠지고 늘 코피를 쏟곤 했다"고 증언했다.

◆ 기회를 놓친 미국=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은 평양을 방문,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이때 북.미 관계가 가장 좋았다. 그후 강경파들은 툭하면 올브라이트의 방북을 비판하고 북한 사람들은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매도했다. 그러나 아시아와 미국의 외교관 중에는 당시 진정한 화해가 이뤄졌다면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 이가 많다.

◆ 미국 '북한 우라늄' 정보 조작 시도=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 중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자 북한이 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지금 와서 외교관들은 '북한의 시인'에 대해 통역이 잘못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몰래 수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측은 우라늄 농축 시 원심분리기에서 방출되는 물질을 탐지한 적이 없다.

◆ 협상 재개될까=북한과 이란은 2002년 1월 부시가 '악의 축'이란 표현을 쓸 당시보다 '악의 축'에 더 다가섰다. 라이스는 또다시 두 나라를 21세기의 새로운 범법자로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에 일본의 핵클럽 가입 압박감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주 북한이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위협하는 와중에도 북한 외교관들은 미국에 협상 재개를 원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 곧 임기를 마치는 한성렬 유엔 주재 차석대사는 한 미국 지인에게 "미국과 대화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것도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라이스는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복귀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는 뜻을 곧 북한에 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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