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성룡 기자]
-이번에는 조연배우 정준호다.
"골 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시스트하는 사람도 있다. 이 세상 사는 데도 주인공이 따로 있는 것 아니잖은가. 내 분량이 작다고들 하는데, 처음부터 그런 시나리오인 걸 보고 시작했다. 감독을 보고 결정했다."
-장진 감독을 신뢰하는 이유는.
-동료 배우들과의 궁합은.
"재영씨는 이른바 '장진사단'이고, 누구보다 장진 영화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저 사람과 앙상블이 잘될까 걱정도 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상업영화를 많이 한 편이니까. 그런데 12가지 다른 나물이 섞여서 비빔밥이 맛있는 게 아닌가. 이 영화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자가 어우러지는 점이 재미있다. 치성(정재영)은 계속 감옥에, 주중(정준호)은 밖에 있으니 사실 서로 같이 나오는 장면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 강렬한 표현이 필요했다. 치성에게서 남자의 기가 느껴지더라. 정재영을 정말 잘 아는 사람이 만들어낸 캐릭터구나 싶다."
-'못 나가는 조폭'이라는 주중의 캐릭터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주중은 순박하면서도 엉뚱한 것이 깡패로 보기에는 어리숙한 친구다. 그런 성격으로 치성과 차별성을 두려고 했다. 건달 하기에는 마음이 연약한 편인데, 남자들의 경쟁심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무엇보다도 전라도 사투리에 공을 들였다. 석 달쯤 연습했는데, 촬영할 때나 안 할 때나 늘 사투리로 말하면서 놀았다."
-그동안 흥행 성공작은 코미디가 많은데.
"살아가는 스타일이 낙천적이다. 내 인생철학이라면, 남한테 웃음과 즐거움을 주자는 것이다. 봉사활동이든, 영화장르든. 전에는 안 그랬다. 20대 초.중반에는 상당히 많이 방황했다. 대학 중퇴하고 웨이터.세차. 대리운전 정말 온갖 일을 해봤다. 그때는 세상이 나를 위해 있는 게 아니라 남들을 위해 있구나 싶었다. 종손이라 어려서부터 집안의 기대가 컸는데…. 나중에는 내가 배우를 하려고 이 방황을 했구나 싶더라."
-해외에 호텔도 경영하고, 제작사(주머니엔터테인먼트) 대표도 맡고 있다.
"배우로만 나의 가치를 평가받기는 싫다. 중요한 건 배우 이전에 인간이다. 얼굴에 분을 바를 때는 내가 가증스럽다. 나도 그냥 사람인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늘 남들의 시선을 받는다. 내가 너무 기름기가 낀 게 아닌가 싶으면 후배들 만나 소주 먹으며 마음을 잡고, 장애인이나 어려운 사람 돕는 일 하고 그런다. 이러니까 정치하라는 말들도 하는데, 참된 정치는 국회의원 배지가 아니라 봉사라고 본다."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