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우 문학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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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행정의 경직성을 문학의 순수성으로 위무하며 부드러운 행정으로서 도민들의 삶에 향기와 서정을 불어넣자.』
충북도 산하에 있는 시·읍·면·동 공무원들로 구성된「행우 문학회」(회장 전태익). 국민의 머슴으로서 맡은바 의무와 책임을 다해가며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문학이 행정 그 자체에도 향기와 윤기를 더해준다는 믿음아래 공무원들로만 구성된 글벗모임으로서 계간 동인지를 내는 것은 전국적으로 행우 문학회가 유일할 것이다.
87년 전례식·전태익·지용옥씨 등 등단문인 셋을 주축으로 8명의 회원으로 창립된 행우 문학회는 그 동안 합평회 등을 통해 문학수업을 쌓으며 민영이·정은기씨 등 2명을 중앙문단에 데뷔시키며 회원 수를 21명으로 늘렸다.
공무원들로서 현장에서 뛰면서 작품활동을 해야되기 때문에 자연히 문학이 현실과 접목될 수 있다.
행정을 통하여 주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산출된 문학이기 때문에 그들 작품에는 주민들의 현실과 정서가 거짓없이 드러난다. 또 회원들이 충북도내 각 관서에 골고루 분포돼 있기 때문에 소재의 취재가 용이해 작품의 구체성과 입체성을 취할 수 있다. 때문에 행우 문학회의 성격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현실을 위한 예술이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동인지의 제목도『문학과 현실』로 정했다.
『네 마음 요량한들 눈물로야 어이 잴까 다 떠난 자리 아, 슬픈 새 한 마리 절벽 끝 청송에 걸린 흰 구름아 내 사랑아.』 『문학과 현실』 창간호에 실린 전태익씨의 시조「아직도 눈물 도는 새」마지막 수다. 충주댐·대청댐 등의 건설로 수몰된 주민들의 애환이 잔잔히 드러난다. 역시 이 책에 실린 지용옥씨의 단편「대골」에도 수몰민의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다. 보상 등의 문제로 수몰지구 현장에 내려가 얻은 경험이 창작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이다.
올 여름호로 동인지『문학과 현실』을 창간한 행우 문학회는 앞으로 계간으로 이 책을 계속 낼 야심을 가지고 있으며 또 전 도민을 대상으로 백일장도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데서 자연스레 빠질 수 있는, 행정 PR성 작품은 의식적으로 피해나갈 예정이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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