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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방어」수정… 대 동구 개방화/나토정상회담 「런던성명」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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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바」기구 대표들 회의에 초청합의/방위체제로 골격유지에는 불변
6일 폐막된 런던회담에 참석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회원국 정상들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앞으로 북미ㆍ서유럽 군사동맹체로서 나토는 그 성격과 전략ㆍ구조등에 있어 「근본적」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이번 정상회담 폐막과 함께 발표된 23개항으로 된 장문의 공동성명 전체에서 두루 감지되고 있다.
첫째 눈에 띄는 변화는 소련 및 동구국가와의 군사적 협력관계 수립에 관한 점이다.
서방측 군사기구인 나토에 바르샤바조약국인 소련과 동유럽국가 정상들을 초청,발언할 기회를 주는 한편 브뤼셀에 있는 나토본부에 바르샤바조약국들의 상주대표부를 설치,정규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하도록 하겠다는 제안은 지금까지 배타적이고 대립적 성격을 유지해온 나토가 개방적이고 협력적 성격으로 탈바꿈하는 징표로 평가될 수 있다.
둘째 변화는 방위전략에 관한 것으로 이번 회담에서 나토정상들은 기존의 나토전략개념인 「유연대응」과 「전진방어」 전략 개념을 수정하고 핵무기를 진정한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보유하는데 합의했다.
이와 함께 유사시 개전초기부터 전세를 장악하기 위해 지금까지 동ㆍ서독국경에 집중배치했던 나토군을 서유럽에 골고루 분산 배치하겠다는게 전진방어 개념의 배경이다.
이번 회담에서 이루어진 나토의 변화는 크게 두가지 목적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나는 곧 유럽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될 통일독일을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토회원국으로 묶어놓겠다는 것.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이에 반대하고 있는 소련을 설득하기 위해 나토의 근본적 변화라는 협상양보카드를 소련측에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냉전종식으로 높아진 미국 및 서유럽,특히 통일을 앞둔 동ㆍ서독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언가 가시적인 것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으로,비록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단거리전술핵의 철거 ▲제2단계 재래식무기감축협상 ▲다국적편제로의 변경 ▲전진방어전략의 수정등이 이러한 목적에서 포함된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근본적이고 역사적인」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에서 나토정상들은 방위기구로서의 나토의 기본골격만은 손상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게 볼때 이번 정상회담이 41년 나토역사에 하나의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도 추가적인 변화의 여지는 계속 남아있다 하겠다.<런던=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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