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20년새 8배 늘었다/“윤화 천국” 한국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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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작년 사망자 만2천명… 일 앞질러/뺑소니 크게 늘고 범인검거율은 격감
연간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이웃 일본의 경우 70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11%가량 줄어든 반면,우리나라는 7백90%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이 기간 일본은 34%정도 감소했으나 우리나라는 4백60%나 증가,88년부터 절대숫자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서기 시작해 지난해는 1천5백17명이나 많았다.
치안본부가 5일 발간한 「89년교통사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현황은 자동차 3백45만대 이었던 60년 일본의 상황과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본은 70년 교통안전대책기본법을 제정,총 18억엔(약 85억원)의 예산을 들여 교통안전시설을 대폭 확충하거나 교통법규위반을 강력단속한 결과,70년이후 그동안 상승곡선을 보이던 교통사고건수를 줄여나갔으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별다른 획기적인 조치없이 교통사고의 증가추세를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한 사망자수는 일본이 70년 1만6천7백65명에서 지난해 1만1천86명으로 줄어든데 비해 우리나라는 70년 3천69명에서 지난해 1만2천6백3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같이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69년부터 89년까지의 21년사이 자동차대수는 24.4배,운전면허소지자는 22.2배나 늘어났으나 도로연장은 단지 1.5배 늘어나는 등 교통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운전자들의 교통법규준수에 대한 의식이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해마다 뺑소니 사고로 인한 사망ㆍ부상자수는 늘고있으나 범인검거율은 반대로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을 보여 교통사고의 범죄화 추세마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70년부터 89년까지 2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 건수는 4.4배 증가했으나 범인검거율은 69년 51.2%에서 지난해 35.8%로 줄어 강ㆍ절도사건의 범인검거율 80∼90%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치안본부관계자는 이처럼 뺑소니사고에 대한 범인검거율이 낮은데 대해 ▲사고 절대건수가 늘어 수사력을 집중할수 없고 ▲외국의 경우 뺑소니사고 수사를 위해 차량번호판 판독기와 차량겉면의 미세한 페인트조각으로 사고차량을 찾아내는 첨단기기를 개발,수사에 이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수사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경찰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토요일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시간대별로는 퇴근시간인 오후6∼8시 사이에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 교통사고건수중 토요일에 일어난 교통사고는 3만9천78건으로 전체의 15.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일요일이 13.9%인 3만5천5백72건으로 가장 적었다.
시간대별로는 퇴근길인 오후6∼8시 사이가 3만4천2백63건으로 13.4%를 차지,가장 많았고 오전4∼6시가 2%인 5천2백31건으로 가장 적은 사고를 기록했다.
또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달은 10월로 2만3천7백6건(9.3%)을 기록했으며 가장 적은 달은 1만6천5백46건을 기록한 2월로 나타났다.
교통사고를 가장 많이 낸 운전자의 연령층은 26∼30세사이로 지난 한햇동안 모두 5만8천7백39건(23%)을 일으켰으며 사망자수는 21∼30세사이가 2천5백50명으로 전체사망자수의 20.2%를 차지,가장 많았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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