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견제 세력 키워라" 미국, 극비 프로젝트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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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이 '이슬람 극단 정치세력에 맞설 수 있는 민주적 대안세력 육성'을 명분으로 팔레스타인의 강경파 하마스 정부를 온건 세력으로 대체하려는 물밑작업에 들어갔다고 로이터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은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경우 하마스를 이길 수 있는 온건 정치세력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예산이 4200만 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하마스를 약화시키려는 계획에 참여하는 정치단체나 개인이 '부역자'로 몰려 봉변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올해 1월 총선에서 패배한 파타당이 가장 큰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이끌고 있는 파타당은 이스라엘 문제에서 하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취해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로이터가 입수한 미국 정부 문건은 "하마스와 경쟁하는 정치인들과 세속 정당들에 훈련과 전략적인 자문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4200만 달러 중 일부는 시민감시단체와 언론인들이 하마스 주도의 내각과 의회 활동을 추적 조사해 문제를 캐내도록 독려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도 15일 "민주적 총선으로 들어선 하마스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팔레스타인 내 정치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마스 정치인인 파티흐 하마드는 "선거로 들어선 내각을 붕괴시키려는 미국의 음모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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