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양방에묻는다] 여성 불임, 기혈 치료해 자궁 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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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 시술은 '씨앗과 밭을 만드는 긴 여정'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씨앗은 수정란, 그리고 밭은 여성의 자궁내막을 일컫는다. 첨단 의술을 통해 수정에 성공했더라도 착상할 밭이 없다면 임신을 위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밭을 만들어주는 자궁 환경의 조성은 수정 작업만큼 매우 중요한 불임치료 중 하나다.

여성은 배란 시기가 되면 자궁에 내막이 만들어진다. 자궁내막은 원주상피세포로 이뤄진 일종의 영양 밭. 배란시 평균 9~10㎜까지 두터워졌다가 수정란이 들어오지 않으면 생리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돼 종이처럼 얇아진다. 내막이 얇거나 망가져 있으면 수정란 착상에 실패하거나, 착상에 성공했더라도 유산할 확률이 높아진다. 보통 자궁내막이 7㎜ 이하면 임신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요즘 많은 가임기 여성의 자궁내막이 부실하다는 것. 내막이 얇기도 하지만 소파수술.골반염증.자궁용종 등으로 융단 같아야 할 내막에 시멘트 바닥처럼 흉한 조직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특히 나이 들수록 자궁의 섬유화가 진행돼 수정란 착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두텁고 풍부한 자궁 밭을 만들어주기 위한 노력과 목적은 양.한방이 같다. 양방에선 고용량의 에스트로겐을 쓰는 대신 한방에선 건강한 자궁을 만드는 데 비중을 둔다. 양방의 에스트로겐을 인위적인 비료로 본다면 한방의 기법은 토양의 자연 회생을 도와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십장생한의원 심용섭 원장은 자궁내막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환자들의 기혈(氣血)이 떨어져 있는 데 착안해 12경락(經絡)과 12경맥(經脈)의 길을 열어주는 치료를 한다. 경락을 통해 기를 불어넣어 주고, 경맥으로 혈을 보충해준다는 것.

심 원장은 "자궁내막이 얇은 여성은 비경(脾經).간경(肝經).신경(腎經)이 약해 이를 보완하는 경락침과 경맥사혈 요법으로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기와 혈의 순환이 활발해지면서 인체 오장육부가 균형을 이뤄 자궁이 튼튼해진다는 원리.

그는 10명의 여성에게 이 방식으로 치료를 한 결과 심한 경우 4.5㎜의 자궁내막 두께가 두 달 만에 8㎜까지 늘어나 이 중 4명이 임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환자 중에는 체외 인공수정은 성공했지만 내막이 증식하지 않아 배아를 이식하지 못한 여성과 착상은 됐지만 임신 유지가 되지 못한 환자들도 있었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조정현 교수는 "수정란은 착상 후 내막을 파고들어가 무수한 혈관을 만든 뒤 영양을 공급받는다"며 "양방이나 한방이나 결국 태아에게 공급할 풍부한 혈액을 공급해 주는 데 치료의 관건이 있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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