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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의학] 간편 수술로 '꼬부랑 할머니'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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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를 감싸고 있는 기립근을 잘 단련하면 허리 다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중앙포토]

척추는 인체 기둥이다. 위로는 무거운 머리를 이고, 아래에는 갈비뼈라는 바구니에 각종 장기를 매달고 있다. 척추도 늙는다. 꼿꼿하던 허리도 세월이 가면 구부정해져 낡은 집처럼 위태롭다. 요통은 노인이 호소하는 가장 흔한 증상. 기둥 뼈를 통해 온몸으로 전달되는 신경 다발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 노인의 삶을 위협하는 척추질환엔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노인 척추 어떻게 변하나=척추 퇴행은 인생 정점인 25살이면 진행한다. 척추 마디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말라 변형되고, 척추뼈를 잡아주는 인대나 근육이 약해지면서 척추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김기택 교수는 "뼈마디 분절에는 구부릴 수 있는 15~20도 정도의 안정된 각도가 있는데 이 범위를 벗어나면 척추가 불안해진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 허리가 뻐근하거나 시큰거린다면 척추불안정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척추가 흔들리면 인대가 붙어있던 자리에 뼈가 자라는 현상(골극)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골극이 계속 커져 신경을 압박함으로써 생기는 질환이 척추관 협착증이다.

골다공증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뼈밀도가 엉성해지면서 작은 충격에도 금이 가는 압박골절이 나타난다.

◆노인은 대부분 복합 골절=강남 제일정형외과 노인척추센터가 최근 3년간 압박골절로 치료를 받은 1320명을 분석한 결과, 68.9%가 최초 골절 부위 이외에 추가 골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 신규철 원장은 "한번 골절이 되면 해당 부위가 굽게 되고, 그 결과 무게중심이 바뀌면서 취약한 부위가 또 생기는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척추관 협착증이 동반된 환자도 많았다. 전체 환자의 28%가 두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 노인척추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압박골절은 허리를 굽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통증을 무시하고, 방치할 경우 연쇄적인 골절뿐 아니라 찌그러진 척추뼈로 인해 등이 빠르게 굽어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원광대의료원 정형외과 심대무 교수는 "과거에 꼬부랑 할머니가 많았던 것은 미세 골절이 반복되는 것을 치료하지 않아 척추뼈가 서서히 무너진 결과"라며 "미세 골절이 생기면 며칠이 지나 통증이 가시기 때문에 지나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한 골절의 경우 허리가 삔 것 같은 통증이 오다 사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원인을 찾아 치료하라는 것.

◆간편해지는 치료=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인 척추수술은 기피 대상이었다. 수술을 감당할 만큼 체력이 따르지 않고 회복도 느리기 때문. 하지만 수술 부위가 작아진 데다 수술 시간이 짧아지고, 통증관리가 가능해지면서 80~90대 수술환자도 늘고 있다.

골절의 경우엔 골시멘트를 이용한 척추뼈 보강술이라는 유용한 방법이 있다. 통증으로 쩔쩔매던 환자도 부분마취 하에 15분 시술이면 즉시 거동을 한다. 요즘엔 풍선으로 좁아진 부위를 넓혀준 뒤 시멘트를 넣어주는 풍선성형술이 선호된다.

척추관 협착증도 미세현미경 감압술로 간단히 치료한다. 종래 척추뼈 유합술의 경우 광범위한 절개와 뼈마디 고정을 위한 나사못 시술이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 따라서 체력이 떨어지는 노인에게는 1.5~2㎝만 절개하고, 자라난 뼈(골극)만 긁어내 신경압박을 풀어주는 현미경 감압술이 적용된다. 부분마취로 40분이면 시술이 끝난다.

신규철 원장은 "노인은 동작이 크질 않아 굳이 뼈유합술이라는 큰 수술을 하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며 "수술 다음날이면 거동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수술만이 최선은 아니다.

김기택 교수는 "약물이나 주사로 통증을 관리하면서, 아파도 빠르게 걷는 운동을 계속하면 환자의 70% 정도는 수술을 하지 않거나,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실내자전거도 척추신경의 구멍을 넓혀 통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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