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고위회담」 막후절충/정부 권력서열 10위이내 인물과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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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측 요구 구상무역 수용/외채 보증ㆍ대리변제 검토
정부는 오는 8월말 열릴 남북 고위급회담 본회담이 실질적 남북 관계개선의 전기가 되게 하기 위해 공식회담에 앞서 비공식 막후접촉을 통해 북한측과 사전절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당국자는 5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남북문제를 다루는 가장 권위있는 채널이 되고 자칫 선전의 장이 되기 쉬운 남북대화패턴을 탈피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공식 접촉을 통한 사전절충이 절실하다』고 말하고 『이에따라 정부는 북한측과 진지한 막후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한 소식통은 막후대화는 기존의 박철언­허담라인이 아닌 다른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 로동당 권력서열 10위권이내로 김일성주석에게 중간단계없이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실력자가 상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측과의 막후대화에서 북한측이 실제 필요로 하는 경제적 지원방안 합의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북한측의 체면을 깎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에따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군축등 정치성 문제를 다루는 것과 병행해 남북 경제회담을 재개하는 문제를 타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위해 경제협력및 물자교류문제와 관련,지난 85년 남북 경제회담에서의 북한측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물자교류의 경우 북한측 원자재와 우리측 공산품을 교역한다는 종래의 방안을 수정,북한측 요구대로 원자재는 원자재끼리,완제품은 완제품끼리 농산물은 농산물끼리 교역하는 구상무역형태를 받아들일 방침이다.
대금결제방식에서도 제3국 은행을 통한 신용장거래방식을 택하자는 우리측 입장을 고집하지 않고 북한측 주장대로 신용장 없이도 거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경제협력문제와 관련해선 제3국에서 공산권국가를 포함한 남북한등 3자의 합작투자방식을 추진하는 한편 시베리아개발에 북한과 합작진출하는 방안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와함께 북한의 대외채무가 52억달러에 달하고 국제적 신용저하로 무역거래에서도 현금결제를 요구받는등 극도의 경제압박을 받고 있음을 감안,북한의 외채를 대리변제해 주거나 북한의 외국 차관도입에 우리 정부나 상사가 보증을 서는 방안등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는 이제 대외적으로 새로운 제안이나 제의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그동안 각종 회담ㆍ접촉을 통해 밝힌 북한의 각종 요구중 우리가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택해 북한의 체면을 깎지 않게끔 막후에서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거부한 대표단의 남북 항공편 왕래를 받아들일 것이며 남북 최고위급회담을 기축회담으로 하고 국회회담ㆍ경제회담ㆍ적십자회담 등을 일종의 분과위형태로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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