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한반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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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독일은 되는데 우리는 왜 안되는가. 요즘 독일의 경제통합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부럽다 못해 비감에 젖게 된다.
2차 대전후 민족분단이 되기는 독일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독일은 참전국이고,더구나 패전국이었다. 우리보다 민족통일이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쉬울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가 되었다.
오늘 독일의 통일을 눈앞에 보며 우리가 환상을 갖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동서독과 남북한은 비슷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첫째는 적개심의 차이다. 독일민족은 비록 동서로 벽을 쌓고 지냈지만 총뿌리를 맞대고 피흘려 싸운 일이 없다. 양쪽의 막강한 군대는 견제는 해도 전쟁을 하지는 않았다. 동서독은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욕설을 퍼붓는 마이크 설치도,방송도 하지 않았다.
둘째는 경제력이다. 서독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4천2백달러,동독은 1만2천4백달러. 구매력에서 서독의 화폐는 동독보다 4배쯤 강하다고는 하지만 동독사람들의 소득도 그만하면 선진국축에 든다.
문제는 서독이 동독의 경제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데 있다. 매년 서독은 20억마르크 상당을 무상으로 동독쪽에 도와주었으며,동서독무역을 하면서도 동독쪽에서 물건값 치를 돈이 없을 때는 서독이 무이자로 꾸어 주기도 했다.
동서독 경제통합후 서독쪽에서 부담해야 할 갖가지 건설비용이 자그마치 2조7천억마르크나 되는데도 서독은 선뜻 통일의 길을 선택할 경제력이 있었다.
셋째는 양독이 꾸준히 신뢰를 쌓아온 일이다. 인적교류만 해도 벌써 1964련 9월부터 연금생활자(남 65세,여 60세이상)들의 내왕이 가능했다.
72년 5월부터는 교류협정이 발효돼 양독주민 누구나 불편없이 오갈수 있었다. 편지왕래,전화통화 역시 68년부터 자유로웠다.
우리는 그동안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가. 그저 남한이 경제적으로 유복해졌다는 것 뿐이다. 그리고 군비축적과 서로의 적개심을 자극하는 일을 제외하곤 한 일이 없다. 북한 주민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독일에 비하면 우리는 이제 통일로 가는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단계다. 독일의 통일은 독일의 일이지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 멀기만 하다.
남북통일을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우리에겐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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