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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PSI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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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핵실험 뒤 미국 주도로 추진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가 확대 여부를 놓고 여야 간, 당정 간에 '국내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관계없이 대북 제재 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우리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준거로 PSI 참여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 PSI가 자칫 한.미 갈등의 기폭제까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 '국내 갈등의 핵'으로 부상한 PSI=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77명은 13일 PSI에 대해 '확대 참여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PSI에 따른 해상 검문.검색, 해상 봉쇄는 원치 않는 물리적 충돌을 불러올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에는 신기남.선병렬.우원식.이강래.염동연.천정배.최성 의원 등이 참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PSI에 대해 '전면 참여'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 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모호한 처신을 하고 있다"며 "PSI 활동에 적극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참여'라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PSI 참여는 유엔 안보리의 협의를 봐 가면서 정부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당정 간에 이처럼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PSI의 핵심 활동이 영해.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이고, 한국이 북한 선박을 검문할 경우 북한이 국지전(局地戰) 이상의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올 2월 초 담화에서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남한의 PSI 참가에 반발한 바 있다. 국내 여론도 '참여 확대'와 '확대 반대'로 엇갈리고 있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사업 중단 여부와 함께 최대의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 "안보리 결의 상관없이 진행"

◆ 미국, "PSI 강화할 것"=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확산을 막기 위한 PSI 활동을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와 상관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엔 결의안 중 논란이 되는 북한 입.출항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 조항이 빠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결의와 무관하게 PSI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결의안에 북한 선박 검색 조항이 빠지더라도 일본 등 70여 개국의 협조를 받아 핵.미사일 관련 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정선.검색하는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이런 방침은 안보리 결의를 준거로 참가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충돌한다. 9일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는 '핵물질.미사일 탑재 의혹 선박의 북한 출입 시 해상 검문' 등 북한 선박 검문.검색을 위한 국제법적 근거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반영된 2, 3차 수정안에서는 이 문구가 삭제됐다. 한국의 PSI 참가 확대 여부 문제는 다음주 후반 방한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정부 고위당국자 간의 회담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 기자,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 PSI=대량살상무기와 제조 기술의 국가 간 이전.운반을 막기 위해 미국 주도로 발족한 국제 협력 체계. 대량살상무기(WMD)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항공기.화물선을 공해상이나 우방의 영해.영공에서 강제로 검문하거나 검색할 수 있다. 북한.이란 등 WMD 확산 의혹을 받는 국가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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