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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서는 한·중 … 멀어지는 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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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핵 해법 공감대
노 대통령 "특별한 이웃" 후 주석 "전면적 동반자"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2인3각의 행보를 시작했다. 북한 핵실험 발표 후 나흘 만인 13일 한.중 정상회담에선 "전면적 동반자 관계"(후 주석), "친절한 이웃, 특별한 이웃"(노 대통령)이란 발언이 어우러졌다.

회담 후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회담 내내) 두 정상 간에 이견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한.미 정상회담 당시 양측의 이견 노출을 우려했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었다.

외교 라인의 실무 조율 과정에서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비공개 단독회담 시간은 하루 전에 45분으로, 회담 시작 후에는 한 시간으로 늘어났다. 정상회담의 결과에서도 한.중 공조의 강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우선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언급해온 '대화.제재 병행론'이 합의 사항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한.중 양국이 유엔안보리의 대북 조치를 지지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확대 정상회담에서 후 주석은 노 대통령을 "존경하는 대통령 각하"라고 호칭했고, 노 대통령은 "(후진타오)각하와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고 화답했다. 송 실장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양국이 공동으로 대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중이 갖고 있는 생각의 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적용한 유엔 결의안이 채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 간에 공감대가 컸음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을 향해서도 공동의 메시지를 보냈다. 두 정상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실험에 확고하게 반대하며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또 "양국의 고위 실무급 간 협의를 강화해 외교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공동 노력한다"며 북핵 해결의 행보를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북한 핵실험 발표 직후 한.미 동맹에 주력했던 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의 대북 지렛대라는 역할에 기대를 품고 한.중 공조의 끈을 바싹 조인 셈이다.

베이징=박승희 기자

미 "한국정부 불쾌"
"한국방위 약속했는데 미국 책임 거론하나"

북한의 핵실험 선언과 관련, 한국 정부와 열린우리당에서 '미국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미국 행정부 인사들이 매우 불쾌하다(very uncomfortable)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간부를 만났다고 밝힌 한 소식통은 12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한국 정부와 여당에 실망했다. 앞으로 북한에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데 있어 한국과의 빈틈없는 공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총리와 통일부 장관, 여당 대표가 모두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말을 했는데 미국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 좋아할 리 없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한.미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는데도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다른 관계자는 "오죽하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한국의 야당 대표를 만나 '억울하다. 섭섭하다'라고 했겠는가"라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국방부 등에서도 화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이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을 뺀 6자회담 당사국이 일치된 목소리로 단호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한국과 중국의 분위기를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주장하자 미국은 즉시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과 방위 약속에 변함이 없음을 천명했다"며 "그랬는데도 한국에서 미국 책임론을 거론하니 미국에서 언짢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위기가 이렇게 흐르면 양국이 효과적인 북핵 해법을 모색하기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양국 연례안보협의회(SCM)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감정이 끼어들 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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