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톨스토이가 선물한 동물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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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톨스토이가 들려주는 자연 이야기
레프 톨스토이 지음, 홍순미 옮김
써네스트, 240쪽, 8500원, 초등 고학년 이상

숲에 사는 토끼는 한밤중에는 직선으로 뛰어다니며 발자국을 남긴다. 그러나 아침이 오면 앞으로 껑충껑충 뛰다가 다시 뒤로 뛰었다가 옆으로 뛰었다가 하는 식으로 정신 없이 행동한다.

사냥꾼들은 토끼의 발자국을 유심히 살펴보지만 추적은 영 불가능하다. 영리한 토끼의 꾀일까? 아니다. 토끼는 그저 사냥꾼들을 두려워하는 것일 뿐이란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아이들을 위해 쓴 이 책은 자연의 세계와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잘 보여준다. 동물의 세상도 인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도 알려주지만, 우리가 평소 자연을 얼마나 느끼지 못하고 사는지도 역설적으로 실감케 한다. 뒷부분에는 '현명함'을 글감으로 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비슷한 분위기다. 인생의 지혜란 늘 깊이 생각하고 남과 나의 상황을 바꿔보는 노력 없이는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준다. 영어나 수학이 필수 영양소라면 이처럼 잠시 눈을 돌려 먼 곳을 바라보게 하는 글들은 비타민쯤 되지 않을까. 대문호의 공력이 은근하게 배어나오는 읽을 거리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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