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어린이 독서지도 칼럼 'KISS A BOOK' 연재 임사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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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번 주부터 어린이 독서지도 칼럼 'KISS A BOOK'을 연재한다.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 고학년생 자녀를 둔 부모까지 위한 글이다. 읽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들을 매회 2~3권씩 소개한다. 자녀들과 함께 책을 읽은 뒤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낼 방법에 대한 조언이 곁들여진다. 필자는 올초 장편동화 '내 생각은 누가 해줘?'로 아동전문출판사 비룡소가 주최하는 제12회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동화작가 임사라(43.사진)씨다. <관계기사 23면>

'KISS A BOOK'은 그가 유학생 남편을 따라 도미한 1990년대 초반 뉴잉글랜드 지역의 한 교회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독서지도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손수 지었다. "처음에는 피부색이 각기 다른 일곱 명의 아이들을 지도했습니다. 제일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이성친구랑 키스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성친구보다 책과의 키스를 먼저 경험하게 해주겠다고 결심했지요. 책에 입맞춤하듯 관심을 보이면 책도 입맞춤처럼 달콤한 뭔가를 꼭 돌려준다고 했더니 흥미를 보이더군요."

K는 지식(Knowledge), I는 지성과 사고력(Intelligence), 첫번째 S는 특별성과 전문성(Specialty), 마지막 S는 탁월성(Superiority)을 뜻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글자풀이를 해주자 책의 유용성에 대해 금세 고개를 끄덕이더란다.

임씨는 그 후에 한국에 올 때마다 주로 개척교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책을 대하는 아이들의 첫 반응은 한결 같았다. "에이, 지겨워요 선생님." '하얀 것은 종이고 까만 것은 글자'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차츰 질문의 수준을 높이고 공통분모를 가진 책과 반대 사례의 책을 짝짓기하는 식으로 지도하자 결국 아이들이 책 앞으로 자석처럼 끌려오더란다. 연령에 얽매이지 않고 책을 자유로이 선정하고, 베스트셀러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지도에서 벗어나려고 애쓴 점도 주효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하루아침에 아이들이 위인 후보가 되진 않겠지요. 하지만 책을 부담없는 친구로 여기고 즐겁게 놀 수 있다면 지식과 지성, 전문성과 탁월함을 키우는 데 알찬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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