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폐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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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폐허'- 김수복(1953~)

사원이 폐허가 되자 사원 밖에 공장이 들어섰습니다 사람 공장, 사람을 만들어 사람을 파는 공장이 사원의 밖에 늘어갔습니다 사람들은 제 몸속에 공장을 세워 무덤을 만드는 공장지대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사원도 많았다. 장독대도 사원이었고 부엌간도 사원이었다. 동네 어귀의 바위도 모두 사원이었다. 경건하니 몸과 맘을 가다듬었다. 이제 그런 건 없다. 모두가 공장이다. 학교도 잘 팔리는 인간만 찍어내라 한다. 그러니 마음속에도 공장을 지을 수밖에. 저녁이면 폐허가 휘황하다.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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