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여성과 골반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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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작년 이맘때였다. 7년간 임신이 안된다는 이모씨(30)가 진찰실을 찾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전에 골반염을 앓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의심가는 부분이 있어 난관조영술을 해보니 생각대로 골반염에 의한 합병증으로 난관이 꽉 막혀 있었다.
미세술로 막혔던 난관을 복원하자 얼마후 이씨는 임신이 가능했다.
여성의 자궁에 생기는 중증질환중 가장 흔한 것이 골반염이다. 통계를보면 7명중 1명꼴로 골반염이 발생하는데 자궁·난관·난소부위에 광범위하게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원인은 임질이나 클라미디아균등이 성생활로 전염되는 경우가 있고 드물게는 인공유산·출산·자궁내장치(루프)의 삽입으로 감염되기도 한다. 이때문에 가임기여성에게서 대부분 발생한다.
골반염은 때론 난관의 내벽을 폐쇄시키므로 불임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확률로 보면 첫번째 골반염을 앓을때 불임확률이 12.5%, 두번째는 25%, 세번째는 50%로 한번 재발때마다 확률이 배로 증가한다.
또 골반염환자의 4분의1정도는 입원할 정도의 중증으로 발전하며 20∼30명중 한명은 염증이 심해 수술을 해야할 정도다. 불임외에도 골반염은 자궁외임신의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증세는 냄새와 함께 냉이 심하며 소변볼때 통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로는 하복부가 콕콕 찌르듯이 아프기도하고 이상질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심하면 발열·오심·구토도 동반된다.
이를 치료하지않고 방치하면 골반염이 심해져 화농이 생기고 만성하복통·요통으로, 고생하며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초기골반염은 맹장염이나 자궁외임신 증세와 비슷하므로 정확한 감별진단이 있어야한다. 자궁경부에서 균을 추출, 배양검사를 하고 혈액검사를 함께 실시하면 정확히 알 수 있다.
골반염 치료를 위해 보통 항생제를 쓰는데 먹는 약 또는 정맥주사의 방법으로 투여된다.
일단 2∼3일 치료후 다시 체크해보아서 이상이 없으면 10∼14일간을 더 치료하며, 항생제 치료에도 효과가 없을만큼 발전했다면 화농제거수술을 해야한다.
하복부에 집중적으로 뜨거운 온탕을 한다든지 찜질을 하면 통증을 일시 가라앉힐 수 있다.
이러한 골반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란한 성생활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성생활의 파트너는 반드시 1명이어야 하며 치료할때도 재발방지를 위해 파트너와 함께 치료해야 한다.
보통 치료하는데는 10일이상 2주정도가 걸리므로 일시 증세가 없어졌다고 중단하면 재발의 위험이 있다.
결국 골반염이란 여성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며 불임의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완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반염 치료를 끝까지 하지 않아 재발되는 확률이 10∼15명중 1명꼴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박용균<고려대의대교수·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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