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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입양어린이 한국인 혼 찾아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족두리에 활옷을 곱게 차려입은 8∼9세의 7명 어린이들이 2개의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 가냘픈 손끝에서 꽃잎으로 흔들리는 연두빛 부채. 무궁화무용단의 『에스더』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가정으로 입양된 한국어린이들로 구성된 무궁화무용단의 한국순회공연은 입양부모들의 「뿌리교육」을 단적으로 보이는 것이어서 보는 이들의 가슴을 한껏 뭉클하게 만들었다.
무궁화무용단이 발족된 것은 3년전 시애틀에 사는 한국 입양아들의 부모모임인 한국인정체성개발사회(Korean Identity Development Society)가 매년 한차례씩 실시하는 여름캠프 프로그램의 하나로 한국무용을 가르친 것이 계기가 됐다.
81년과 83년 두차례에 걸쳐 한국의 두 어린이를 입양했던 샌디 멜씨(44)가 입양자녀들의 장래문제를 염려하던 끝에 이들에게 영원히 한국인이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83년 한국인 입양부모들로 단체를 조직한 것이 KIDS가 탄생된 동기다. 당초 12명으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7백여명이 가입돼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동부시애틀과 서부 시애틀에서 각각 갖는 여름갬프는 1주일 과정으로 한국어를 비롯, 태권도·한국동요·민요에서 널뛰기·기마전·씨름등 한국민속게임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들에게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또 캠프장 분위기까지 토속적인 한국을 느낄 수 있게 족두리·삼태기·호롱·체등으로 장식해둘 정도로 세심한 배려를 기울여왔다.
이 캠프프로그램에 한국무용강좌를 개설한 것은 재미동포인 최지연씨가 샛별무용단을 조직해 동포어린이들에게 한국무용을 가르치고 있음을 알게된 뒤부터. 여름캠프 참가 어린이중 한국무용을 익힌 7명의 여자어린이들로 별도의 무궁화무용단을 만들고 샛별무용단과 함께 한달에 한번정도 미국에서 무용공연을 계속해왔었다.
샛별무용단측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성신클럽측으로부터 일산·인천·서울·부천 등지의 학교·교회등에서 공연해달라는 초청을 받게되자 미국인 입양부모들이 그간 계속 함께 공연해온 무궁화무용단도 자비로 함께 참여, 자녀들이 태어난 나라를 보여주겠다고 나서 이번 공연이 이뤄졌다.
무궁화무용단 학부모 대표인 애비 브노이트씨(44)는 『16일 도착하자마자 17일부터 연일 계속되는 공연스케줄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라면서도 『공연 사이사이 아이들이 자라났던 고아원과 젖먹이를 키워준 보모들을 찾아 이렇게 잘자라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궁화무용단의 올리비아양(8)은 『내가 태어난 나라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돼 무척 기쁘다』면서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겠다』고 야무진 각오를 보여주기도 했다.
입양어린이들은 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과 겉모습이 똑같다는데 크게 놀라워했으며, 특히 어린이들이 토요일에도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더라고 한 학부모는 전했다.
KIDS 샌디멜 회장은 『한국입양아의 경우 10세정도가 되면 부모와 생김새가 틀린데 대해 의문을 갖고 갈등을 일으키게 되는 경우가 종종있다』면서 이들에게 정신적인 안정을 찾아주는 그들의 뿌리인 한국 음식문화·생활양식을 체득케해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최상임을 강조했다.
무궁화무용단은 7월1일 출국한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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