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끌어들여 대북 군사제재 반대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크게 보기>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가 시간이 갈수록 누그러지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 표명했던 단호한 자세와는 거리가 느껴진다.

노 대통령의 말부터 달라지고 있다. "포용정책에 효용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기자회견)라고 했던 발언은 이틀 뒤인 11일 "남북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로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핵실험이 일어났다면 지금 국민이 얼마나 불안해 하겠나"(민주평통 관계자 간담회)로 바뀌었다. 포용정책의 공과(功過) 중에서 핵실험 초기 '과' 쪽에 초점을 맞췄던 데서 점차 '공' 쪽으로 옮기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 변화와 함께 정부 관계자들은 "포용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이지만 통일부 쪽에선 민간사업인 만큼 중단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얘기가 꾸준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결정하는 대북 제재에는 동참하되 각국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제재는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기류다. 이른바 '미니멈(minimum.최소화) 접근법'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와 관련해 "두 개가 다 유효하다.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며 제재.대화 병행론도 주장했다.

물론 정부의 최종 방침은 결정된 게 없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의 윤곽이 나와야 한국 정부가 취할 조치도 구체적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다만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게 안한 것보다 손해라는 것을 보여주는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관심의 초점은 13일 베이징에서 열릴 한.중 정상회담이다. 한국과 중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서 북핵에 이르기까지 북한 문제와 결부된 사안에서 공동 보조를 맞춰온 관계다. 미사일 시험 발사 당시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대북 강경기류에 제동을 건 것도 한국과 중국이다.

한국 정부가 공식 입장을 유보하는 사이 중국은 북한 핵실험 발표 후에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상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앞두고 미국.일본 등의 무력 제재론에 방패를 치고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노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만남은 핵 문제 해결 국면에서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도 "핵 상황이 생겼을 때 다른 나라들과 달리 안보와 관련해 직접 영향을 받는 두 나라 정상이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무 조율 과정에서 30분으로 예정됐던 단독 정상회담이 45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단독회담에서는 북핵 문제를 집중 논의한 뒤 확대회담에서 역사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다만 공동발표문은 내지 않기로 했다.

노 대통령이 대화.제재 병행론을 주장한 만큼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선 한.중 공조가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유엔 결의안이 어떻게 정해질지가 관건이지만 이럴 경우 미사일 발사 당시 전개된 미.일의 강경론 대 한.중의 온건론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 "포용정책 포기 안 할 듯"=한편 11일 청와대 비공개 만찬에 참석했던 한 안보전문가는 "노 대통령이 포용정책을 포기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