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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땅(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 용산 미8군기지는 그 넓이가 자그마치 92만3천평이나 된다. 그 옆의 육군본부자리등을 합치면 1백5만평이다. 뉴욕시가 자랑해 마지 않는 맨해턴섬의 센트럴파크(1백3만평)보다도 넓다.
이제 미8군이 이 자리를 떠나면 서울시는 호박을 넝쿨째 끌어안게 된다. 서울도심에서 그처럼 넓디 넓은 땅을 아무탈 없이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사방을 둘러보아도 서울 한가운데에 그런 땅은 다시 없다.
그보다 더 반가운 것은 그 금싸리기 땅을 팔지 않고 시민공원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의 머리에 어떻게 그런 영감이 떠오를 수 있었는지 꿈만 같다. 최근 서울시는 영천쪽의 서울 구치소 자리도 공원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않는 관료들이 겉 생색나는 사업의 유혹을 뿌리치고 속으로 남는 사업을 궁리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특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우리 세대의 마지막 대지인 만큼 후세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 그냥 공원이 아니라 「공원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뉴욕 맨해턴의 센트럴 파크는 그 설계를 현상 공모했었다. 건축가 F L 옴스테드와 C 복스의 작품은 그래서 채택된 것이다. 1857년부터 무려 10여년이 걸리는 대역사였다. 여기엔 단순히 수목만 심은 것이 아니다. 산책길,자전거길,호수,박물관,수영장,운동장,노인휴식처 등 종합공원으로 기능하게 설계했다.
용산기지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두고 두고 만년세세에 우리의 후손들이 누릴 수 있는 공원으로 남아야 한다.
만의 하나,관리들의 탁상공론으로 후다닥 만들어 테이프 끊을 생각부터 한다면 한사코 말리고 싶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 전문가들의 좋은 궁리들은 다 모아 「작품」으로서의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가령 나무를 심더라도 팔도강산의 명목들을 모아 옮겨 심고,건축물이나 기능도 백년앞은 내다 보아야 한다. 눈앞의 업적만 생각하고 졸속설계와 공사를 하면 언제 또 밀어 내야 할지 모르는 낭비와 역사의 죄를 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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