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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 낙하산 논란 확산 … 청와대 "협의" 권 교수 "외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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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선임을 둘러싼 외압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감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인 권영준 교수(경희대)가 이달 10일 "감사 추천 과정에 외압이 있다"며 사퇴하자 청와대와 재정경제부는 12일 "압력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12일 "압력은 분명히 있었으며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도 '웬만하면 넘어가자'고 부탁해 왔다. 재경부 고위 관리도 같은 뜻을 수차례 전달해 왔다"며 재반박했다. 외압 논란이 '진실게임'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이날 "감사후보로 재경부 출신보다는 감사원 출신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낸 적은 있으나 이는 협의일 뿐 외압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증권선물거래소의 이사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이 모두 재경부 출신이니 올바른 견제를 위해 감사 후보로는 감사원 출신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하나의 안으로 낸 것뿐"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박병원 차관도 이날 "권 교수가 압력을 행사했다고 지목한 재경부 고위간부는 나"라며 "(그와) 여러 차례 만났지만 인사 압력을 넣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에 (감사 후보로) 거론된 감사원 인사는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협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 직접 연락을 해 감사 선임과 관련한 부탁을 한 적은 없지만 재경부를 통해 한 다리 건너 계속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대로 자격을 갖춘 감사 후보를 받기 위해 인터넷 공모제를 하자고 제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래소 감사 선임을 둘러싼 진통은 올 7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유력한 후보로 강금실 전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있던 김모 회계사가 떠오르자 노조 등은 '낙하산 인사 반대'를 주장하며 철야농성을 벌였다. 결국 8월에 감사 추천이 연기됐다.

이달 10일에도 감사원 출신 모 과장이 감사후보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고, 권 위원장은 즉시 "외압이 있다"며 사퇴했다. 추천위원인 정광선 교수(중앙대)도 함께 사퇴했다. 증권선물거래소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투명성이 뒷받침된 새로운 기준과 절차를 통해 감사를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거래소연맹 정기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 연락이 되지 않아 반론을 싣지 못했다.

홍병기.손해용 기자

◆상임감사=임기는 3년이며 9인의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임명된다. 주업무는 회계감사와 업무 내용 감사 등이며, 경영진 견제의 역할도 한다. 수억원대로 알려진 연봉은 개별 계약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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