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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코칭스태프 지도력에 "구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한국축구가 안고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하고 세계 무대에서 「후진」의 낙인만 다시 찍힌채 도중하차한 주요 근인(근인)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지도력 결핍이라는게 중론이다.
실질적인 역할이 어떠했든 총사령인 이회택(이회택) 감독을 보좌하는 이차만(이차만) 코치·허정무(허정무) 트레이너를 포함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나름대로의 뚜렷한 축구관이나 지도스타일 없이 지난 1년여의 오랜 세월을 마치 비몽사몽간을 헤매듯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모호한 팀의 운영에 대해 끊임없이 우려의 소리가 비등했던 것도 사실이나 이탈리아무대에서 참패를 체험하고서야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고 실토했다.
지도력의 부족을 실증하는 사례는 허다하며 이를 방관하고 또 당초 인선에 있어 판단잘못을 범한 대한축구협회 집행부의 파행행정은 뼈저린 반성을 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88올림픽후 대표팀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축구인의 자립보다 재벌기업인에 손쉽게 의탁이나 하려는 발상으로 축구계의 큰 세력으로 행세한 40대 소장 축구인그룹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이감독의 돌연한 발탁 배경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직후인 88년11월 이감독을 사령탑으로한 대표팀이 구성된 이래 지난 4월 대표선수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여섯차례나 선수가 교체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축구계 일부에서 코칭스대프의 역량에 대한 지적이 대두되기 시작했으나 그동안 협회는 어찌된 영문인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아시아최종예선전이 끝난 직후 대표팀이 합동훈련을 실시하지 않자 많은 축구인들은 하루 빨리 합숙훈련을 실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량과 체력·스피드가 열세인 한국으로서는 많은 기간 동안의 합숙훈련을 통해 조직력과 기동력을 다져야 한다며 22명의 선수를 조기 확정, 국내외의 실전훈련으로 경험과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충고했었다.
축구인들의 이같은 주장이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지난 1월 중순 소집, 15일정도의 체력훈련을 거쳐 한달동안 유럽전지훈련(여행과 휴식시간이 더 많았음)을 가졌으며 한달 이상을 국내 프로리그에 풀어주고 4월9일에야 본격적인 훈련을 실시한 것이 고작이다.
결과적으로는 최종예선이 끝난후 7개월정도의 훈련기간을 가졌음에도 불구, 대표팀은 3개월반 정도를 허송세월함으로써 팀웍과 조직력을 다질 시간적 여유를 잃어버려 이번 대회에서 저조한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훈련기간에 관해서는 프로구단들의 비협조등 대표팀이 항변할 여지가 있다).
이 감독은 아시아예선에서 통산 10승1무의 빛나는 전적을 올리자 어처구니없게도 자만에 빠져버린 인상이 짙다.
그러나 그는 최근의 아시아축구가 유럽·남미·아프리카수준에 비해 전반적으로 더욱 후퇴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수준향상의 견인차가 돼오던 중동축구가 이란·이라크 전쟁의 영향으로 침체한 것이 요인).
무엇보다 대표팀의 잦은 개편에 따라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간의 신뢰감이 떨어지고 선수들은 스스로 자신감을 상실했다.
국내 최고의 오른쪽 풀백인 박경훈(박경훈)의 경우 그동안 스위퍼·수비형 미드필더등을 번갈아 맡아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됨으로써 이번 대회에서 최악의 플레이를 펼친 것이 단적인 예다.
팀의 조직과 기강이 흐트러지자 일부 스타플레이어들의 마음가짐도 문제점으로 등장, 국내에서 스타플레이어라면 국제경기에서도 당연히 제몫을 다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는 최순호(최순호)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주전들이 제몫을 다하지 못했다.
대표팀이 구성된 후 김주성(김주성)등 일부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자신들의 해외진출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생각에 충만, 선수들간 불협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팀웍부재는 필연적인 결과였다.
코칭스태프는 해외정보에도 감감하여 벨기에·스페인·우루과이에 대한 정밀한 전력분석조차 선행되지 못했다. 선수기용이나 전략·전술에서 계속 오류를 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감독은 한 기자회견에서 『나는 유럽축구를 잘 모른다』고 고백, 외국기자들이 어처구니없어 했다.
결국 모든 불명예가 이감독에게 쏠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축구계에 이감독을 비판할 입장에 있는 지도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한국축구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감독의 케이스를 모두의 아프고 값진 체험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우디네=임병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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