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영화「남부군」 20일새 관객 50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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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6·25 40주년을 앞두고 전국 극장가에 당시 지리산 빨치산의 투쟁과 몰락을 그린 영화 『남부군』 열풍이 일고 있다.
이 영화를 상영하는 전국의 극장들마다 궂은 장마속에서도 연일 중학생·대학생·60대 노년층등 남녀노소관객이 대거 몰리고 있고 6·25전과 후세대는 빨치산의 해석을 놓고 뚜렷한 이견과 논쟁을 보여 「남부군 현상」을 낳고 있다.
2일 서울과 부산에서 시작해 현재 전국 17개 극장에서 상영중인 이 영화는 개인은 물론 단체관람까지 쇄도해 이미 서울 14만, 부산 8만, 광주 3만명등 전국적으로 50여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 열기가 여름방학끝까지 이어진다면 1개 개봉관 최다 관객기록(『겨울여자』57만명)도 깰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서울 D극장의 경우 21일 세화여중 1천2백여명, 22일 대원고 1천6백여명등이 단체 관람했고 21∼22일사이 한강고·서울여고등 20여개 학교가 관람신청을 했다.
대원고에서는 『남부군』과 KAL기 테러를 다룬 『마유미』등 몇몇 화제작을 놓고 1, 2학년 1천6백명을 상대로 희망영화조사를 한 결과 75%인 1천2백여명이 『남부군』을 선택할 정도.
88년 여름 베스트셀러이후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소설판매도 늘어 종로서적의 경우 예전 하루 2∼3권이 이 영화상영이후부터 10여권으로 늘었다.
이같은 열기의 배경에대해 영화관계자·시민의 진단은 대체로 일치한다.
즉 제작비 14억원, 제작기간 2년, 연인원 3만명이라는 대작적 요소도 있지만 보다 핵심적인 것은 40년동안 역사속에 터부로 버려져있던 공산빨치산을 솔직히 그러낸 소재선택 때문.
이영화(감독 정지영)는 합동통신을 거쳐 조선중앙통신사기자로 빨치산유격대가 됐던 이우태씨(필명 이태·67)의 자전적 수기소설 『남부군』을 영화화한 것.
남한산악지대에서 활동했던 빨치산중 지리산부대(일명 남부군) 6백50여명이 50년11월부터 52년3월(이씨 체포)까지 극한적 상황에서 겪었던 저항과 인간적 고뇌, 그리고 몰락을 생생히 그리고있다.
이 영화를 두번 봤다는 서울대사회학과 한완상교수는 『5공까지만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소재이며 반공물도 친공물도 아닌 인간물』이라며 『이 때문에 6·25세대와 젊은 세대모두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공무원경력의 윤화용씨(65·서울신월1동121) 는 『헛된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 비극을 보고 대학생들이 좌경운동권논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는 관람소감을 폈다.
이에 반해 고려대사회학과2년 민활식군(21)은 『6·25는 기본적으로 이데올로기전쟁이었다』며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기위한 통일운동에 우리가 좀더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개봉전인 지난달 20일 YMCA의 시민영화아카데미가 마련한 시사회 및 토론회에서도 1백20여명의 참석자중 중년·노년세대는 좌익이데올로기의 무망함을 강조했고 일부 젊은세대는 「총체적 역사속에서의 남부군에 대한 이해」를 역설했다.
「남부군현상」에대해 정감독은 『관객이 몰리는 것은 민족의 동질성 추구에대한 공감대가 봇물처럼 터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자 이씨는 『「남부군」은 이념보다는 인간을 그린 반전영화』라며 『최근의 동서화해무드에 걸맞게 이 영화가 남북간 냉전이데올로기 극복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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