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달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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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달북'- 문인수(1945~ )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원이다.


추석 지났다. 맑고 큰 달이었다. 하나 어김없이 동산에 출근 늦어지며 사위어가는 달 보면 애잖다. 마흔 넘고 쉰 넘은 달이 며칠 흐리더니 일흔이 되어 떴다. 앓고 나온 어머니다. 뭐라고 써 있나 올려다보니 오늘은 '밥은 먹었니?'라고 써 있다. 울며 보는 사람도 있겠다.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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