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북'- 문인수(1945~ )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원이다.
추석 지났다. 맑고 큰 달이었다. 하나 어김없이 동산에 출근 늦어지며 사위어가는 달 보면 애잖다. 마흔 넘고 쉰 넘은 달이 며칠 흐리더니 일흔이 되어 떴다. 앓고 나온 어머니다. 뭐라고 써 있나 올려다보니 오늘은 '밥은 먹었니?'라고 써 있다. 울며 보는 사람도 있겠다.
<장석남.시인>장석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