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손실위험 없다'는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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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적립식으로 주식형 펀드에 3년 이상 투자하면 손실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 방영된 한 TV프로그램에서 투자전문가 모씨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적립식 주식펀드는 급여생활자에게 유용한 투자수단이긴 하나 손실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매월 정해진 금액을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의 장점은 주가가 오를 때 적게 매입하고 주가가 하락할 때 많이 매입하는 매입단가 평균화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펀드 가격이 500원과 1000원 사이에서 움직였다면 매입시점을 분산함으로써 평균 매입단가를 750원 전후로 만드는 것입니다.

많은 투자자는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르고 난 뒤에야 펀드 투자에 나서는 잘못을 저질러 왔습니다. 주식펀드 자금 급증은 주식시장의 정점을 알리는 척도로 인식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뒷북' 투자를 해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주식펀드에 오랫동안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이 같은 뒷북투자의 가능성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적립식 투자는 손실위험을 '줄여주는' 것이지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예처럼 평균 750원에 펀드를 매입한 적립식 투자자는 펀드 가격이 올라 1000원이 됐을 때 판다면 이익을 낼 수 있겠지만 500원에 판다면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손해를 보더라도 1000원에 사서 500원에 파는 큰 손해를 피할 수는 있습니다.

적립식 투자는 손해 없이 이익을 얻는 요술방망이가 아니며, 여러 투자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은 주식시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에 있어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팔 때를 아는 것과 그때까지 인내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주식시장 사이클을 감안할 때 적립기간이 끝났음에도 여유 있게 기다릴 수 있다면 적절한 매도시점을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투자금의 회수를 분산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자금이 필요한 날까지 3~4회에 걸쳐 환매한다면 저점 매도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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