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쿠데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199×년×월×일.
어둠이 채 가시지않은 새벽공기를 가르며 무장군인들을 태운 군트럭들이 평양의 대성산기슭쪽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김일성·김정일별장을 점거키위해 특별히 선발된 혁명군의 정예부대였다.
콩볶는 듯한 총소리가 평양시대 곳곳에서 한동안 들리더니 마침내 평양방송은 『인민을 착취해오던 김일성과 김정일이 처단됐으며 새로운 임시정부가 구성됐다』는 혁명성공 제1성을 내보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군사쿠데타 가능성을 그려본 가상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북한에서도 과연 군사쿠데타가 가능할가. 설사 가능하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가.
의외로 많은 북한전문가들이 북한내부의 군부쿠데타 가능성은 높으며 그 시점은 김정일에게 권력이 승계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공식확인은 되지않았지만 ▲86년12월 군부에서 김일성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설 ▲87년5월 북경방문의 귀환길에 김일성이 신의주부근에서 총격을 당했으며 이와 관련된 군인5명이 중국으로 망명했다는 설등은 이같은 불만이 표면화된 사례로 지적되고있다.
여기에다 최근들어 점증하는 북한·소련간의 알력이 이같은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북한이 소련의 개방압력을 끝내 거부할 경우 소련은 북한군부를 동원, 김일성을 제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보도된 KGB의 김일성축출 시도설은 이같은 맥락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소련의 대북경제압력을 심상치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즉 소련이 북한의 목줄을 서서히 죄는 수법이며 막판에는 북한내의 친소군부세력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김일성 제거작업을 법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소련은 89년 MIG-29기공급 및 원자력시설 건설원조등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고도로 기술을 의존케 만들어 비상사태시 역으로 김일성을 궁지로 몰아넣을 카드를 쥐고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양성철교수(경희대)는 『권력이 김정일에게 승계되는때 지금까지 「찬밥」 신세였던 김영주·김평일등이 군부를 등에 업고 나서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김창순 북한문제연구소강은 『권력승계순간 소장파가 쿠데타를 통해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어 경제 테크너크랫과 손을 잡고 제3의 정권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에반해 ▲군간부가 체제내에서 양성돼 반체제의식이 없고 ▲소련의 대북군부영향력이라는게 보잘 것 없으며 ▲북한은 북한·소련간의 통화를 도청할 정도로 엄격한 감시를 하고있어 이같은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보는 견해도 없지 않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