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의 불방망이(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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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핵폭탄의 원리는 간단하다. 가령 어떤 체육관에 핑퐁 공을 얹어놓은 쥐덫을 수만개 장치해 놓고 그 속에 핑퐁공 하나를 던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 핑퐁 공은 다른 하나의 공을 튀어 오르게 만들고, 그 두개의 공이 이리튀고 저리 튀면서 4개,8개식 연쇄적으로 수만개의 핑퐁 공을 모두 튀어 노르게 할 것이다.
핵 분열도 꼭 마찬가지다. 모든 분자는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가벼운 전자가 돌고 있다. 밖에서 고열를 가해 중성자로 하여금 원자핵 하나를 때리게 하면 핵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때 원자핵에선 다시 2개 이상의 중성자가 튀어나와 다른 원자핵을 연쇄적으로 분열시킨다. 핑퐁 공 하나로 쥐덫 위에 놓인 다른 수만개의 공을 모두 튀어오르게 하는 원리와 같다.
핵폭탄이란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 239를 용기속에 넣고 충격을 주어 연쇄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장치다.
그 지속시간은 2백만분의 1초. 그 순간에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수백만도 이상의 불덩어리가 솟는다. 주위의 공기가 그 열로 인해 팽창,폭풍이 된다. 핵탄이 천지를 뒤집어 놓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언젠가 미국 어느 대학의 물리학과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초미니 핵폭탄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한 일도 있었다. 그 정도로 그 핵폭탄 원리는 비밀도 뭐도 아니다. 다만 기폭장치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데 이것마저도 요즘은 돈만 주면 선진국에서 빼낼 수 있는 모양이다.
따라서 이제는 어느 나라가 핵폭탄을 개발했다고 해도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만드느냐,못만드느냐가 문제가 아니라,그 나라의 도덕적 수준이 어느 정도냐가 문제일 뿐이다.
핵폭탄 보유국은 공식적으로는 미국,소련,영국,프랑스,중국 등 5개국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인도,이스라엘,남아프리카 등도 핵개발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최근엔 파키스탄,이라크도 그 축에 든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여기에 북한까지도 끼어들었다는 외신이 있었다.
소련측에서 그런 소문이 흘러나왔다는 것도 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걱정은 광인의 손에 불방망이가 들려져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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