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브리핑] '선전포고 간주' 北외무성 담화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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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3일째인 11일, 한반도 핵전선의 긴장도가 급격히 높아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북에 대해 “미국의 위협을 과장한다”며 취임이후 가장 강력한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 민주평통 자문위원 초청간담회 자리에서다. 이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 외무성도 1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를 계속 못살게 굴면서 압력을 가중시킨다면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이어 물리적인 대응조치들을 취해 나가게 될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을 너무 감싼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노 대통령이 북한 핵무장의 명분인 안보위협론을 비판한 것은 북핵 문제에 대한 상황 인식과 접근법의 대대적 변화를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 관계 수은주가 더 떨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담화의 의미는 복잡하다. 우선 2차 핵실험에 대한 예고일 수 있다. 국제사회를 더 협박하고, 확산되는 ‘실험 실패’ 의심을 거둬내야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최종 목표”라고 한 점도 주목된다. 일각에선 6자회담에 나올 가능성을, 다른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에게 국제적 차원의 비핵화 논의를 제안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오보가 세계를 펄쩍 뛰게 만든 이날 국내에서는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군은 핵전쟁태세 점검에 착수했다.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 보장을 재천명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문제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서는 한ㆍ미 모두 ‘예정 대로’란 입장이 확인돼 안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 국민들은 더 움츠리게 됐다.

노대통령은 여론을 듣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이 가운데 전직 국방장관들이 12일 긴급 회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소위 ‘진보ㆍ보수’ 의 이념 전쟁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국제사회 움직임도 속도가 붙었다. 유엔은 이틀째 대사급회의와 전문가 회의를 벌이면서 대북 결의안 초안의 문안 조정 작업을 하고 있다. 결의안이 13일 채택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초안에는 북에 핵과 미사일 등 모든 대량살상 무기 프로그램의 폐지를 요구하고 말을 안들으면 30일내에 ‘군사적 조치’로 짐작되는 새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일문화연구소 안성규 부장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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