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량 1kt도 안 돼 핵실험 판단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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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파를 탐지하고 처음엔 (핵실험이라고 생각하기에) 규모가 작아 당황했다."

북한 핵실험 뒤 처음으로 지진파를 감지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 지헌철(48.사진) 박사는 10일 북한이 핵실험이라고 주장하는 지하 발파의 '특이함'을 설명했다. 그의 과학적인 주장에 근거해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핵실험을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에서 실제로 핵이 아닌 폭발물로 TNT 0.5kt(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강도의 발파 실험을 한 적이 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미국.일본의 지진 규모 측정치와 우리 것이 차이 나는 이유도 공개했다. 발파 지점이 혼선을 빚은 데 대해선 "진앙지의 위도.경도는 첫 탐지 시점부터 전혀 달라지지 않았으나 북한 내 지명이 변경돼 일부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핵실험이라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발파를 통해 나온 에너지 양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핵실험이라고 추정한다. 이번에 추정된 발파량(0.8kt)은 통상 예측하는 핵실험 양보다 낮기 때문에 판단을 보류한 상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이나 중국.파키스탄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아주 작은 규모의 핵실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관측된 소규모 핵실험의 지진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내가 핵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관련 전문기관 등을 통해 듣기로는 파키스탄에서 핵실험을 최대한 은폐하면서 했을 때도 지진 규모가 4.5는 됐다. 작은 규모의 핵실험에 성공한 미국에서도 4.3 정도는 된다고 한다."

-핵실험 시설에 방호벽 같은 장치를 설치하면 지진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북한은 공개적으로 예고한 뒤 핵실험을 했다. 또 차단막 같은 장비를 설치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핵실험을 과시하려는 북한이 막대한 돈을 들여서 굳이 핵실험이 아닌 것처럼 꾸밀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다면 다른 폭발물로 핵실험을 가장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 TNT 800t을 일시에 터뜨리기는 어렵지 않나.

"모르겠다."(다른 관계자는 "0.8kt은 폭발력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TNT 800t을 터뜨린다는 것은 아니다. TNT보다 훨씬 부피가 작고 폭발력이 큰 물질들이 있다.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실제로 비핵물질로 이런 규모의 실험을 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핵실험 과정에서 차질이 생겨 당초 예상했던 규모보다 작은 폭발이 일어났을 수도 있나.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들었다."

-언제쯤 핵실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나.

"가까운 거리에서 측정하면 핵실험과 다른 발파를 구별할 수 있지만 이번처럼 멀리서 탐지하면 지진파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

-미.일서 측정한 규모와 차이 나는데.

"지진파는 측정 거리가 멀어질수록 노이즈(잡음)가 생겨 관측 지점에 따라 지진 규모가 다르게 탐지될 수 있다. 이번에도 전남이나 제주 지역에서는 거의 파형이 안 보일 정도였다."

대전=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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