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위치 나라마다 왜 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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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미국지질연구소가 각각 추정한 핵실험 위치가 40㎞의 차이를 보여 혼선을 빚고 있다. 사진=구글어스 캡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추정은 북위 40.81, 동경 129.10. 미국 지질연구소는 북위 41.29, 동경 129.13.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지진 관측 기관이 서로 다르게 내놓은 북한 핵실험 위치다. 우리가 계산한 위치는 함경북도 김책시 상평리지만 미국은 그곳에서 북쪽으로 40㎞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을 찍었다. 차이가 나도 많이 난다. 이유가 뭘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지질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인공지진을 관측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일.중.러시아 모두 위치를 다르게 찍고 있다"며 "그것은 서로 관측 지점이 다르고, 지진파를 해석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진 관측 결과의 대부분이 처음에는 진앙 위치가 다르게 나오며 그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어느 지진 관측 기관에서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근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관측 국가마다 위치가 달리 나온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관측 위치가 다르고, 또 핵실험 위치와 관측소 사이의 땅속 지질 구조를 모르기 때문이다. 진앙 파악은 전적으로 지진파에 의존한다.

지진파의 속도는 초당 7~8㎞인데 지질이 속도를 느리게 하는 곳이 많다면 관측 지점에 더 늦게 도착한다. 반대일 경우 더 빨리 도달한다. 지질 구조를 모르면 지진파의 정확한 속도와 진앙 파악이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관측 방향 역시 이런 영향 때문에 서로 다른 지점에서 관측하면 진앙 파악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지진학자들의 견해다. 한국 내 지진이라고 해도 관측 위치 또는 지진파 분석자에 따라 5~15㎞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핵실험 위치를 지진파로 찍은 국가들은 모두 북한 지역의 지질 구조를 거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더 혼선이 올 수 있다.

지 센터장은 "지진 학자들은 진앙 파악에 단지 지진파만을 가지고 분석하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 확인은 또 다른 첩보나 정보가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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