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현정부 오판이 북 핵실험 '화'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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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9일 한인들은 전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로 인해 한반도에 전쟁이 야기되는 것은 아닌가 불안감을 비치며 시시각각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고향이 북한인 김동신(78)씨는 "추석을 보내며 이북에 남겨논 가족들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는데 느닷없이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하니 착잡하다"며 "이러다가 아예 (미국의 공격으로) 북한이 쑥대밭이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고 말했다.

조진택(56)씨는 "당장 전쟁이 발발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동북아가 핵 화약고가 될 게 걱정"이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공격을 당해봤던 일본이 바로 코 앞에 (핵 실험한) 북한을 놔두고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부의 애매모호하고 '퍼주기'식 대처를 비난하는 한인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유성철(48)씨는 "믿었던 형제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다. 한국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써서 북한의 핵 실험을 도와준 결과밖에 안됐다"며 "한국정부는 미국정부와의 관계도 멀어졌지만 믿었던 대북 관계 유지도 실패했다"고 잘라 말했다.

김만석(70)씨는 "차라리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을 한 것은 한국정부에 잘된 일"이라며 "한국정부는 북한의 본심을 파악했으니 대북지원을 즉각 중단하고 이제부터라도 북한을 외교적.경제적으로 제재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인 한인들도 있었다. 김주호(42)씨는 "미국의 강압적인 외교가 북한의 핵실험을 몰고 온 이유 중 하나"라며 "자신(북한)들의 정권을 없애려는 미국의 정책으로 구석에 몰린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하고 서둘러 이를 실행에 옮긴 측면이 짙다"고 말했다.

또 박진우(45)씨는 "어차피 핵실험은 피할 수 없었다. 다만 북핵 타결을 위한 '완충 국가'가 없어진 것이 문제"라며 "북한을 말릴 수 있었던 중국이 이번에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게돼 앞으로 동북아 정세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 걱정"이라고 불안해 했다.

한편 많은 한인들은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돼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진희(38.여)씨는 "가장 두려운 것은 미국과 일본 한국이 북한을 제재하고 북한이 '될 대로 되라' 식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다른 것은 몰라도 한반도에서 제발 전쟁이 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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