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근무로 「시의 유행」서 벗어날 수 있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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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문학마당에 얼굴을 드민지 10년을 갓 넘었습니다. 이 10년간 정작 달라지지 말아야 할것들은 너무 쉽게 달라지고, 꼭 달라져야할 것들은 끝내버텨 사람을 어처구니 없게 만듭니다. 쉬 달라질 삶이고 문학이 아니기에 10년동안 달라지지 못한 내시를 두고 크게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시「명지 물끝·5」외로 제1회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한 박태일씨(36).
김달진문학상은 인간이 구현해야할 정신주의 영역을 일관되게 추구했던 김달진(1907∼1989년)의 시적업적을 기리기위해 유족이 제정한 상으로 상금없이 수상시인의 시세계를 조명, 수록하는 기념시집이 현정되는게 특징이다.
『꼬리 문드러진 준치가 희게 솟아 가라앉았다. 장어발이 통발 멀리 드문드문 갈잎이 되받아주는 청둥오리 울음소리. 마지막 찌끝에 몸을 얹고 물가 곤한 물거품처럼 홀로 밀리면겨울은 늘 낯선 마을 첫 골목이었다.』(「명지 물끝·5전문」). 시인의 내면 의식에 삭여진 낙동강 하구 명지물끝 풍경을 그리고있는 이 시를 심사위원 정한모·구상·김종길씨는 담뱃갑속의 은박지에 부젓가락으로 지져서 그린 이중섭의 소품에 비유하며 『사물의 겉모습만을그리는 엉성한 시가 범람하는 현재의 우리 시단에서 비록 소품이지만 밀도높은 시적 진실을건져낸 괄목할만한 업적』이라했다.
『시는 유행이 아닙니다. 지방에 있다보니 원고청탁이 자주 안온것이 차라리 유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또 시의 질을 유지할 수 있게 했습니다.』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미완성의 강」이 당선, 문단에 나왔으며 현재 경남대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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