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 충격 휘청이는 소비·투자·수출에 '핵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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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본 도쿄 거리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핵실험 관련 보도를 담은 신문 호외를 받아 보고 있다. '북조선(북한), 더욱더 고립'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9일 금융시장은 북한 핵실험 소식에 크게 출렁였다. 이날 주가 하락폭이 역대 북핵 위기 중 가장 크지는 않았지만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은 매우 컸다. 원-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올랐다. 뉴욕 증시도 9일(현지시간) 개장 초반 다우지수가 전날보다 16.73포인트(0.14%), 나스닥지수는 0.69포인트(0.03%) 떨어지는 등 약세로 출발했다.

◆ 주식 시가총액 21조5170억원 줄어=코스닥 지수는 이날 48.22포인트(8.21%) 하락해 539.10으로 주저앉았다. 코스닥 시장에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올 들어 여섯 번째 사이드카(주식 현물시장 보호를 위해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지시키는 조치)가 발동됐다. 코스피 지수도 개장 직후 10포인트까지 올랐으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뒤 하락하기 시작해 결국 32.60포인트(2.40%) 떨어진 1319.40을 기록했다. 이날 개인 투자자는 거래소시장에서 사상 두 번째로 많은 601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4764억원어치, 기관투자가는 134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해 주가 하락폭을 다소 줄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최근 선물시장에서 주식을 팔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주식 순매수를 계속 할지에 대한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이날 주가 하락으로 거래소시장에서 16조72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5조4450억원 등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21조5170억원 줄어들었다. 또 증권회사 창구에 펀드 환매에 관한 문의는 빗발쳤지만 실제 펀드 환매는 거의 없었다.

◆ '달러 사자' 쏟아져=원-달러 환율은 이날 963.9원으로 전 영업일보다 14.8원 올랐다. 이날 환율 상승폭은 2004년 12월 8일(17원) 이후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은 개장 초 국제금융시장의 달러화 강세 여파로 소폭 오름세를 보이다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뒤 오름폭이 급격히 커지며 한때 17.5원 오른 966.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 채권에 돈 몰리나=이날 초반 오름세를 보이던 채권금리는 핵실험 소식에 보합세로 밀렸다. 개장 초 0.04%포인트까지 오르던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결국 0.01%포인트 오른 연 4.61%로 마감했다. 핵실험으로 경제상황이 불안해지고 주가가 급락하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채권에 돈이 몰리면서 채권 금리 상승세(채권 가격 하락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채권 금리는 그러나 한국경제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경우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

◆ 대외신인도 하락하나=대외신인도를 나타내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는 이날 소폭 상승했다. 홍콩시장에서 14년짜리 외평채 가산금리(미국 재무부채권 금리에 덧붙여지는 금리)는 0.03%포인트 오른 0.72%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8월 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0.02~0.03%포인트 정도는 하루에 오르내릴 수 있는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당장 한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하지는 않고 앞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다카히라 오가와 국가신용등급 담당이사는 "지금으로선 국가 신용등급과 전망에 대한 직접적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등급 변경 여부는 미국의 반응과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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