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고 구르고 … 웃긴다, 강수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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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음 내한공연 때는 코미디를 선보이고 싶어요.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카타리나 역을 1997년에 처음 했는데, '내 속에 이처럼 웃기는 면이 있나' 하고 제 자신도 놀랐어요. 그런 면은 신랑(둔치 서크만) 말고는 잘 모르거든요. 호호."

발레리나 강수진(38)의 바람은 결국 현실이 돼 버렸다. 그녀는 2004년 '오네긴' 작품 내한 차 한국에 왔을 때 "다음엔 코믹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었다.

그녀가 소속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14일과 15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희극 발레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공연한다.

강수진과 코믹 발레. 어쩐지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을 듯 보인다. '카멜리아 레이디'에서 슬픔을 머금은 그녀의 풍부한 표정을 본 관객이라면, '오네긴'에서 격정적인 감정을 발걸음에 담아내 걸음걸이에도 사연이 있음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스타란 무릇 기대와 어긋나고, 상상을 뛰어넘을 때 더욱 빛나는 법. 이번 공연에서 강수진은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고 타박타박 걷기도 하고, 성큼성큼 뛰어다니며 우스꽝스런 몸짓을 보여주기도 한다. "처음엔 발에 안 맞는 토슈즈처럼 불편했는데 언젠가부터 '변신'을 즐기게 됐어요."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 원작을 무대로 옮긴 2막 발레다. 호탕한 신사 페트루키오와 천방지축 말괄량이 카타리나가 남녀 주인공이며, 카타리나에게 청혼한 페트루키오가 일부러 방탕한 행동을 해서 말괄량이를 온순한 아내로 길들인다는 내용. 특히 올해는 강수진에겐 슈투트가르트 입단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031-783-8000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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