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8명 민주당 총재경선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주의 시범” “집안 싸움” 엇갈려/소장파 독자움직임 3색전 양상
창당전당대회를 나흘앞둔 민주당(가칭)에 경선바람이 불고 있다.
15일 대회를 앞두고 당내 창당핵심 12인은 지난 7일과 9일 잇따라 모임을 갖고 이번 창당대회에 한해 경선이 아닌 합의에 의한 총재단 추대방식으로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박찬종ㆍ이철ㆍ김광일ㆍ노무현의원 등이 반대의견을 고수,의견조정에 실패했으며 이에따라 현재로서는 경선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현역의원이 겨우 8명으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과도 거리가 먼 민주당이 경선방식을 취하는 데 대해 당 안팎에서는 「민주주의 시범」을 보이고 있다는 칭찬과 「와각지쟁」(사소한 집안 싸움)이라는 비판이 엇갈리는 형편이다.
총재직에는 이기택창당준비위원장과 박찬종부위원장이 출마를 공언,2파전 양상을 보여 왔으나 「인물보다는 노선」을 내세운 이철ㆍ김정길ㆍ김광일ㆍ노무현의원과 장기욱 전의원등 소장파들이 그룹을 형성해 총재ㆍ부총재 후보를 별도로 내거나 최소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움직임이어서 사실상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기택위원장은 그동안 『합의에 의한 총재단 추대가 최선이며 경선은 차선책에 불과하다』며 박찬종부위원장의 태도를 견제하면서 사조직인 「민주사상연구회」와 서울 이태원의 H호텔을 중심으로 표점검에 열중. 이위원장은 지난 5일까지 창당대회를 마친 70곳의 지구당중 80%가 자신의 계보이거나 자신에게 기울어진 우군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박부위원장측은 7대3가량의 형세가 6대4정도로 만회되었다고 판단.
이위원장과 박부위원장은 지난달 집중적으로 열린 지구당 창당대회장마다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연설ㆍ격려금 전달 및 화환보내기 경쟁을 벌여왔었다.
이위원장이 관록과 민주당창당의 구심점이 된 공로를 내세우는 데 비해 박부위원장은 『노정권이 싫어하고 김대중총재가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 당수가 돼야 한다』(6월5일 서초갑 창당대회)며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 박부위원장측은 서울 마포의 G호텔에 경선상황실을 가동중이며 사조직(범민주연합)도 활용.
○…소장파그룹의 이철ㆍ김광일ㆍ노무현의원 등 6명의 전ㆍ현직의원들은 9일 오후 별도 모임을 갖고 『누가 총재가 되는 전당대회이후의 민주당이 사당으로 전락해 종래 야당의 구태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데 의견이 일치,15일 경선에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결론.
노의원이 「당권을 노리지 않는 총재단 출마」로 표현하는 이들의 구상은 구체적으로 자신들중 1명이 총재 또는 부총재직에 진출해 합의제하의 당 운영에서 지속적인 견제역할을 맡는다는 내용.
이들중 재선의 이철ㆍ김정길의원과 초선의 김광일의원은 당초부터 총재단 진출여부를 개인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이의원은 서울 S호텔에 상황실이 마련돼 있고 김의원은 자신의 「김광일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경선에 대비중.
이밖에 경기지역 지구당위원장들도 9일 모임을 갖고 박찬종부위원장이 미는 목요상 전의원을 부총재 후보로 추대하는 문제를 검토했으나 자체반발이 심해 무산.<노재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