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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키여사 안풀면 혼란올것”/격동하는 미얀마 오체영특파원 제2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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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 시위자제 대화로 타협 준비/민정이양 일정ㆍ민족문제 복병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족민주연맹(NLD)측의 자체축제분위기와는 달리 수도 양곤시는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선이후 양곤시내에서는 시위는 물론 대중집회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NLD의 우 지몽대변인과 미얀마학생연맹(ABFSU)의 임시의장인 쿠쿠지군(29ㆍ양곤대4)은 『우리는 현재의 집권 군사정부와 대화로써 협상할 것』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한마디로 지금은 대화로 문제를 풀 시점이지 행동할 때는 아직 아니라는 말이다.
이들은 『지난 88년과 같은 유혈사태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며 『성급한 정치적 결단보다는 정부와 꾸준히 대화,원만한 타협을 찾는 것이 최선책』이리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NLD는 아직 정부와의 공식접촉은 없으며,개표가 완전히 끝나는 10일뒤 NLD당선자 모임을 열고 현군사정부와 회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 NLD의 최대관심은 정치 일정단축에 있다.
당초 소우 몽 국가법질서 회복위원회(SLORC)의장이 『선거후 의회를 구성,헌법제정이 끝나면 민간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것이 마무리되는데는 최소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NLD내부에선 정부의 권력이양에 의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NLD는 늦어도 올해안에 모든 정치 일정을 완료,민간정부가 들어서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NLD는 이에 따라 이미 헌법초안 작성에 착수,거의 완성단계에 들어섰다고 우 지몽대변인은 밝히고 있다.
쿠쿠지군도 『몇달이라면 학생들도 인내로 지켜볼 것이나 2년은 너무 길다. 현 군사정부가 빠른 시간내에 정치일정 단축에 협조하지 않으면 우리는 대중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SLORC가 「7월말 의회구성→3개월내 헌법제정→11월말 민정이양」의 스케줄을 잡았다는 외교소식통의 말은 미얀마정치의 앞날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SLORC내에도 킨 운 제1서기장겸 보안대장등 강경파가 있지만 소우 몽의장등 온건파들이 『더이상 집권명분이 없다』며 NLD에서 헌법을 제정하는대로 민정이양을 하겠다는 의사가 지배적이다.
지난 88년 민주화시위때 유혈진압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킨운 제1서기장등은 민정이양후 희생자가족들의 보복을 두려워해 민정이양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우 지몽 대변인도 『정치ㆍ경제ㆍ사회발전을 위해선 보복보다는 단결이 필요하다』고 말해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미얀마 정국의 앞날이 상당히 불투명해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SLORC와 NLD가 카렌족등 소수민족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입장차이가 있어 이점이 앞으로 정국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의 총인구는 4천여만명. 이중 78%가 버마족이고 나머지는 카렌ㆍ카친ㆍ샨 등 10여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소수민족들은 영국식민치하에서는 자치권을 행사해 왔으나 지난 48년 버마정부수립후 자치권을 상실하게 되자 무장독립투쟁을 벌여왔다.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는 것은 카렌족으로 무장병력만 1만4천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점 때문에 NLD는 선거공약으로 소수민족인점과 함께 이들을 포함한 의회구성을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군사정부는 국가분열방지ㆍ사회단결유지ㆍ주권수호의 3대 목표아래 소수민족의 자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소수민족문제는 의외로 비화될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NLD에 강경ㆍ온건파간 갈등도 정국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NLD가 틴우­우 지몽파 12명,수키여사파 12명등 24명의 실무위원으로 양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NLD의 한 간부는 이중 우지몽파는 온건파로 12명중 틴우의장만이 현재 구속상태이나 강경파인 수키여사파는 12명중 11명이 구속ㆍ가택연금상태로 이들이 모두 석방되면 현재 온건파가 주도하고 있는 NLD의 입장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점으로 미루어볼때 88년 민주화시위 유혈진압책임자 처벌등 NLD가 강경노선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재 아직도 가택연금상태에 있는 아웅산 수키여사에 대한 신병처리문제가 큰 불씨가 될 것 같다.
10명의 NLD중앙집행위원중 한사람인 우몽키씨는 NLD사무실에서 가진 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년전의 시위를 능가하는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며 『민의에 바탕을 둔 힘과 민주화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해 군사정부의 수키여사에 대한 구금해제가 조기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민주화시위가 재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폭풍전야의 정적이 미얀마 전국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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