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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수교 결국 이루어질 것”/소 보가투로프박사 본지 긴급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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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기는 평양측 반응이 큰 변수/양국정상 만남 그 자체가 중요
한국과 소련의 수교는 분명히 이루어질 것이며 그 시기는 가까운 장래가 될 것이라고 알렉세이 보가투로프 소련 미ㆍ캐나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8일 말했다. 보가투로프박사는 이날 모스크바에 있는 미ㆍ캐나다연구소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한소수교시기는 북한의 반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것은 시기의 문제일뿐 수교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보가투로프박사는 또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은 공식 정상회담이기 보다는 비공식회담이라는 것이 소련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말하고,그러나 회담의 호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양국정상이 만난 것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하며,따라서 한소 양국은 이를 구체화하는 실무회담이 곧 시작되는 사실을 강조했다. 다음은 보가투로프박사와의 일문일답 요지.
□보가투로프박사/재소 미ㆍ가연구소선임연구원… 한국문제 담당
▲현 미ㆍ캐나다연구소선임연구원(한국문제담당) ▲모스크바대 국제관계학부졸업(일외교정책 연구ㆍ박사학위) ▲소극동문제연구소연구원 ▲소련정부수뇌부 극동정책 및 한국문제 자문.
­이번 한소 정상회담으로 양국간의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이 임박했다는게 한국사람들의 일반적 인식인데,당신은 이같은 인식에 동의하는가.
『수교시기를 예측한다는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남ㆍ북한간의 관계라고 본다. 가까운 장래에 남북간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상이 재개될 경우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어렵지 않게 한소 수교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매우 가까운 장래에 남북한 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거라는게 내 개인적인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만남에 대한 평양측의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평양이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걸로 보는가.
『물론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북한이 소련과의 외교관계 격하와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가.
『절대 그럴리 없다고 본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북한에도 현명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그처럼 예측불가능한 변화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한도 이러한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할 것으로 본다.』
­결국 같은 질문이지만 다시한번 묻겠는데 가까운 장래,예컨대 금년말까지 한소 수교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가.
『이미 말했듯이 한반도 내에서의 전반적인 상황전개에 달려있는 문제다. 중요한 점은 한소수교는 반드시 이루어질거라는 점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한소관계의 급격한 변화가 전체상황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소관계의 변화는 미국과 중국ㆍ북한 등 여러나라간의 전체적인 상호관계속에서 추진되는 것이지 독립적으로 추진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점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당신은 개인적으로 이번에 이루어진 한소 정상회담을 놀랄만한 사태발전으로 보는가.
『전혀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 양정상간의 만남에 대해 소련언론은 사실상 침묵을 지켰다. 나는 그걸 매우 당연하다고 본다. 어차피 양국 정상은 조만간 만나기로 돼있었고 그래서 만났을 뿐이다. 두 정상의 만남을 「정상회담(Summit meeting)」으로 표현하는 것은 만남의 의미를 실제이상으로 과장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이란 표현을 그렇게 자유롭게 쓸 수 있는건지 의문스럽다. 두 정상의 만남은 비공식회담이었을 뿐이다. 말하자면 자리를 함께해 서로 안면을 익히고,보다 나은 「개인적 관계(Personal Context)」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기 위해 만난 것이다. 「개인적 관계」라는 표현은 소련외교에 있어서 의미가 낮은 만남을 가리킬때 쓰는 말이다.』
­두사람의 만남을 비공식회담으로 보는게 소련측의 공식입장인가.
『내 관점에서 볼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만남이 공식회담으로 취급됐을 경우 소련언론의 보도내용부터 달라졌을 것이다. 두사람의 만남에 대해 소련언론은 「남한의 노태우대통령은 페어몬트호텔로 고르바초프대통령은 방문…」으로 보도를 시작했다. 만일 그것이 공식회담이었으면 「소련과 남북의 두 대통령은 페어몬트호텔에서 회담을 갖고…」로 시작했을 것이다.』
­양국외무장관의 조기 상호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서울을 꼭 방문해야 할 필요성과 불가피성은 없다고 본다. 이것과 관련,좋은 예가 있다. 70년대초 미­중국국교 정상화 당시 협상초기에는 바르샤바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주아 낮은 레벨의 접촉에서부터 시작이 됐고,그것이 수년후 닉슨의 중국방문으로 이어졌다. 지금 이 상황에서 셰바르드나제장관이 서울을 방문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그것이 양국의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 않은가.』
­남ㆍ북한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긴장속에서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에 이루어진 두나라 정상간의 만남이 이러한 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걸로 보는가.
『나는 이번 회담에서 남ㆍ북한간의 화해와 통일문제 등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교환이 이루어졌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 이루어진 회담과 관련,앞으로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개선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은 전적으로 그 두나라간의 문제다. 그러나 만일 두나라간의 외교관계수립 가능성이 모색된다면 그것은 현 상황에 매우 바람직한 일인 것이다. 외교관계 수립은 아니더라도 양국간 관계개선이 모색되기만 한다면 그것 역시 좋은 일이다.』【모스크바=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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